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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020/12/27 (3)
깊이에의 강요
전소영. 달그림. 홍제천 산책을 하며 본 풀들을 그린 그림책. 이 책은 정말 꼭 직접 '봐야' 하는, 들꽃 화첩이다. 그림만으로도 작가가 어떤 마음으로 산책을 하고 풀꽃들을 지켜봤는지 알 것 같았다.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얼마나 감탄을 했던지... 풀과 꽃 하나하나가 너무 예쁘고 다정해서 세수장 위에 작품처럼 올려놨다. 2-3일에 한 번씩 페이지를 바꾸고 그림 감상을 한다. 작은 갤러리에 온 것 같고, 내 방이 따뜻하고 우아해진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세상엔 이유 없이 일어나는 일은 없었다. 꽃이 피고 지는 일에도, 작은 열매의 생김새에도 이유가 있다. 당장은 시리고 혹독하지만 지나고 보면 소중한 겨울처럼.
김기란. 책읽는수요일. 시각예술 작업을 하는 작가의 종이 작품집. 작품 해설 같기도 한 단상과 함께. 우린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으로, 내가 가진 것으로 세상을 보고 드러낸다. 제자리 가야 할 길을 한참이라 마음은 저 멀리 자리한데 당신은 어찌 긴 세월 한자리를 지키고 계시나요
김소영 에세이. 사계절. 책이 나오자마자 너도나도 책을 읽고, '반했다'는 말을 하는 동안 혼자 애가 탔었다. 아, 나 누구보다 먼저 읽고 싶은데 다리 덕분에 나갈 수가 없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했나. 너무나 너무나 읽고 싶었던 나는 목발 없이는 한 발짝도 못움직이는 상태일 때였지만 결국 봉고를 타고 책방이층까지 일부러 가서 책을 샀다. 제대로 읽어보려고 일부러 기다렸다가 쉬는 월요일에 읽기 시작했는데, 내용이 너무 좋아 후다닥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포스트잍을 붙이느라, 반성하느라, 상상하느라, 추억하느라 책은 더디게 넘어갔다. 읽기도 전에 친근한 마음부터 들어 가볍고 편안한 마음이었지만 마음자세도 읽는 자세도 조금씩, 자꾸만 정중해지던 책. 편하지만 예의바른 사이, '안녕' '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