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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020/12/10 (2)
깊이에의 강요
콘스탄틴 비르질 게오르규 신부 지음. 박노양 옮김. 정교회출판사. 목발 짚고 본원으로 들어온지 며칠 안되었을 때 도서관 좁은 통로를 휠체어로 다닐 엄두가 안나서 눈으로만 도서관 입구를 바라보며 다니던 나를 보셨는지, 어느 날 도서관 수녀님께서 “00 읽어봤어? 를 쓴 작가이자 신부님인 분의 책이야.” 하셨다. “아니요, 수녀님!!!” 분원에 살면 마음껏 영성 서적을 구입하고 읽는 것이 쉽지 않아 본원에 들리게 되면 메모해 뒀던 영성서적을 빌려가곤 했기에, 기왕 이렇게 본원에 머무는 기간 동안 보고 싶었던 영성 서적을 잔뜩 읽어야지 하고 내심 기대하고 있었던 터였다. 기쁨이 역력했을 나의 대답에 수녀님은 쓱 웃으시며 책을 한 권 들고 나오셔서 “수녀님 책 보는 거 좋아하잖아. 대출 카드 내가 적어줄테니 이..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여자에게서 태어난 이들 가운데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하늘 나라에서는 가장 작은 이라도 그보다 더 크다.” (마태 11,11) #dailyreading 며칠 전 올겨울 처음으로 아침 온도가 영하로 내려간 날의 사진이다. 날이 추워지니 시동이 걸리고 나서도 한참이 지나야 공기가 데워지고 핸들도 너무 차가워 아침 출근이 그리 달갑지 않았었는데, 그날 앞유리에 와이퍼 자국을 따라 피어난 성에꽃을 보는 순간 생각을 달리 먹어야겠구나 하고 번쩍 정신이 들었다. 늘 보던 하늘, 잎을 다 떨구고 난 느티나무, 불마저 꺼진 키작은 가로등, 피정집의 뒷모습, 허름한 스타렉스 앞유리창, 그리고 성에... 평소의 내게는 사실 별스러울 것 없었던 각각의 존재가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