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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내 이름은 왜 비르질인가 본문

콘스탄틴 비르질 게오르규 신부 지음. 박노양 옮김. 정교회출판사.
목발 짚고 본원으로 들어온지 며칠 안되었을 때 도서관 좁은 통로를 휠체어로 다닐 엄두가 안나서 눈으로만 도서관 입구를 바라보며 다니던 나를 보셨는지, 어느 날 도서관 수녀님께서 “00 읽어봤어? <25시>를 쓴 작가이자 신부님인 분의 책이야.” 하셨다. “아니요, 수녀님!!!” 분원에 살면 마음껏 영성 서적을 구입하고 읽는 것이 쉽지 않아 본원에 들리게 되면 메모해 뒀던 영성서적을 빌려가곤 했기에, 기왕 이렇게 본원에 머무는 기간 동안 보고 싶었던 영성 서적을 잔뜩 읽어야지 하고 내심 기대하고 있었던 터였다. 기쁨이 역력했을 나의 대답에 수녀님은 쓱 웃으시며 책을 한 권 들고 나오셔서 “수녀님 책 보는 거 좋아하잖아. 대출 카드 내가 적어줄테니 이 책 보세요.” 하셨다. 감사 인사를 드리고 받아든 책이 바로 이 책 <내 이름은 왜 비르질인가>.
나 역시 유아세례를 받았고 내 유년기의 제법 큰 경험 대부분은 성당에서의 경험이었고 결국 이렇게 수도자로 살고 있지만, 비르질 신부님의 어린 시절 순수하고도 해맑은 하느님 이야기는 사실 조금 당황스러웠다. 간절한 원의와 맹목적 추구 사이에서 나혼자 갈팡질팡하며 독서를 시작했지만 내게도 이렇게 성인이 되기 위해 집요하게 질문하고 떼를 써서라도 원수를 사랑할 기회를 얻으려 하고 거짓이다 싶을 땐 기도문을 읊는 것조차 거부할 만큼 온통 하느님으로 가득 차 있었던 때가 있었던가 돌아보게 되었고, 결국 더듬고 더듬어 ‘그랬던’ 때를 기억해 내고 지금의 나를 돌아봤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해도, 어릴 적 순수했던 믿음과 막무가내로 사랑했던 하느님에 대한 기억을 간직하며 살아간다면 가끔 도망치기는 해도 그리 멀리 가지는 않겠다 싶었다, 비르질 신부님처럼. 언젠가 어린 아이의 순수함은 바래겠지만 그만큼 puritas cordis에 조금씩 다가가리라. 결국 이것은 내 수행적 삶의 목표일테고.
아이의 질문과 어른의 대답, 다그치듯 몰아세우는 순수한 질문과 무너졌음을 인정해 본 이가 자신의 삶으로 답하는 진지한 대답 사이에서 길을 찾아보게 되는 책이다.
"성인이 되는 것, 신화되는 것은 ‘우리가 본래 아니었던 어떤 것으로 변모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전에 그랬던 어떤 모습으로 변화됨으로써 영광스럽게 본래 모습으로 새로워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야. 성인이 된다는 것은 자신의 고유한 본성을 되찾는 일이지. 사람의 최초 상태는 행복이었고 낙원이었어. 성인이 되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우리는 우리의 본성에 따라 정해진 바대로, 좀 더 나은 존재가, 좀 더 행복한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란다.”
"“왜 아버지는 성인이 되길 원하지 않았어요? 왜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았어요?”
내 아버지는 결코 거짓말하는 법이 없었다. 그는 내게 대답했다.
“나는 우선 신학교 시험을 통과해야겠다고, 그러고 나서는 사제가 되어야겠다고, 그 다음에는 내 자식들에게 또 내 신자들에게 좋은 모범을 보여주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러길 원했고 그러기로 결심했지. 내 생각과 내 꿈은 늘 눈 앞에 있는 것이었어. 사람들은 말하지. 우리는 항상 다른 곳을 꿈꾼다고. 하지만 이 다른 곳은 아주 높은 곳도, 아주 먼 곳도 아니야. 다른 곳은 언제나 길 건너편이었던 거지. 다른 곳은 언제나 옆집이었고, 도시였고, 수도였지. 사람들은 결코 먼 데 있는 다른 곳을 꿈꾸지 않아. 예를 들면 낙원이나, 하늘 같은 곳, 성인이 되는 것과 같은 것 말이야. 이렇게 인정하고 나니 참으로 부끄럽구나. 사실 나는 성인이 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 나도, 지금껏 내가 만났던 사람 그 누구도 말이야. 아무도. 사람들은 늘 바로 앞의 일만 생각하고 꿈꾸지. 눈앞에 있는 것, 감각할 수 있는 것 말이야...”"
"“아버지는 할 수 있었다는 것을 다 알면서도 성인이 되는 것을 포기했단 말이에요?”
“모든 사람이 다 덜 좋은 것이 되기 위해 기가 막히게 좋은 것들을 포기한단다. ... 그래서 사제 혹은 제분업자 혹은 경찰이 되기 위해, 성인이 되는 것을 포기하지. ... 그게 다 우리의 보편적인 타락의 상태에서 기인하는 것이지.”"
"가장 위대한 성인들은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성인들이란다. 우리는 그들 모두를 위해 일 년에 한 번 축일로 기념하는데, 그 날이 바로 ‘모든 성인들의 축일’이야. 하느님 말고 가장 위대한 거룩함은 언제나 알려지지 않는 법이기 때문이야. 거룩함은 늘 숨어있어. 아주 수줍어하고 정숙하단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드러나지 않아. ‘눈에 보이는 것은 선하지 않다’는 말처럼.”"
"경찰은 살인범을 찾게 될 거고, 철학자들은 살인범에게서 사람을 발견하게 될 거야. 그리고 우리는 각자에게서 하느님을 발견할 거란다.”"
"미워하지 않는 것은 사랑하는 것이 아니야. 그리스도의 계명은 분명해.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라. 그분은 미워하지 말라고 말하지 않고 사랑하라고 말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