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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食性 人間

면역에 관하여

하나 뿐인 마음 2020. 12. 17. 15:33

율라 비스 지음. 김명남 옮김. 열린책들.

 

요즘처럼 면역, 백신에 대해 많은 말을 듣고 많은 글을 읽은 적은 없었다. 앞으로도 있을까 싶을 정도인 세상, 나는 지금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다. 잘 알지 못하는 분야에 관한 책이었지만, 진지하면서도 아름다운 글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섣불리 말하고 판단하는가 돌아보게도 해 준 책이다. 그리고 나는 조금 아는 사람도 아니고, 모르는 사람에 가깝다는 것도 알게 해 준 책이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혹은 조금 많이 안다고 해서 우리는 지나치게 확신을 가지고 생각하고, 쉽게 퍼뜨리고 강요하며,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함부로 판단까지 한다. 이 책은, 나 역시, 백신을 접종하자고도, 하지 말자고도 말하지 않는다. 수많은 책들이 그렇지만, 이 책도 나를 조금 더 겸손한 인간으로 살라고 말한다. 

 

많은 이야기들이 새로웠지만 특히 '충분히 많은 사람이 접종하면, 바이러스가 숙주에서 숙주로 이동하기가 어려워져서 전파가 멎기 때문에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이나 백신을 맞았지만 면역이 형성되지 않은 사람까지 모두 감염을 모면한다. 미접종자는 자기 주변의 몸들, 질병이 돌지 못하는 몸들에 의해 보호받는다,'는 것까진 생각해보지 못하며 살았다. 코로나 시대를 살면서 마스크가 나를 보호하기도 하지만 내 곁의 사람들도 지킬 수 있다는 걸 배우고 있다. 손을 씻는 것에서부터 귀찮음을 견디며 서로를 위해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를 배우고, 내가 누리는 혜택이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을 애써 찾아내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내겐 좀 참으면 될 일이 그들에겐 생과 사를 오가는 일일 수 있음까지 고려하고 나 자신부터 단도리를 해야함도 알아간다. 무엇보다, 백신을 둘러싼 수많은 부정적 정보들에도 불구하고 꾸준하고 묵묵하게 백신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이들의 '선한 의지'를 믿고 응원할 줄 알아야 하겠고. 

 

참 고마운 책이었다.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은 백신이라도 충분히 많은 사람이 접종하면, 바이러스가 숙주에서 숙주로 이동하기가 어려워져서 전파가 멎기 때문에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이나 백신을 맞았지만 면역이 형성되지 않은 사람까지 모두 감염을 모면한다. 미접종자는 자기 주변의 몸들, 질병이 돌지 못하는 몸들에 의해 보호받는다."

"면역은 사적인 계좌인 동시에 공공의 신탁이다. 집단의 면역에 의지하는 사람은 누구든 이웃들에게 건강을 빚지고 있다. "

"감염성 질병은 자연 면역의 주된 메커니즘 중 하나다. 우리가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질병은 늘 우리 몸을 통과하고 있다. 한 생물학자가 말했듯이, <우리는 아마도 늘 질병에 걸려 있겠지만 아픈 경우는 거의 없다>. 질병이 질환으로 드러날 때야 비로소 우리는 그것을 <자연의 순리를 거스른다>는 의미에서 부자연스러운 것으로 본다."

"전세계의 연구자들, 보건 관료들, 의사들로 이루어진 방대한 네트워크가 돈 때문에 아이들에게 부러 해를 끼칠 수 있다는 발상이 아주 그럴싸 하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는 건, 자본주의가 우리에게서 실제로 무엇을 빼앗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자본주의는 이미 남들을 위해서 부를 생산하는 노동자들을 가난하게 만들었다. 자본주의는 또 시장성 없는 예술의 가치를 박탈함으로써 문화적으로 우리를 가난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우리가 자본주의의 압박을 인간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본질적 법칙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할 때, 모든 사람은 다 소유된 상태라고 믿기 시작할 때, 그때야말로 우리는 진정 가난해질 것이다."

"“도덕은 전적으로 개인적일 수 없어.” 여동생은 말했다. “언어가 전적으로 개인적일 수 없는 여러 가지 이유와 같은 이유에서. 자기 혼자만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란 없잖아. 하지만 우리가 양심을 개인적인 잘잘못의 감각으로 여긴다는 사실은, 정의(正義)를 집단적으로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걸 암시해. 개인이 지배적인 도덕 규범의 결함에 저항해서 개혁의 가능성을 열 수도 있는 거거든. 역사에는 그런 사례가 무수히 많지. 하지만 한편으로 양심은 자신의 행동을 공적으로 옹호할 만한 도덕 기준에 맞추도록 끊임없이 지시하는 내면의 목소리로도 여겨져. 그런 양심은 개인을 개혁하지.”"

"“서로 의존하는 관계라고 생각해 봐. 우리 몸은 자기 혼자만의 소유가 아니야. 우리는 그렇지 않아. 우리 몸들은 서로 독립적이지 않지. 우리 몸의 건강은 늘 남들이 내리는 선택에 의존하고 있어.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요컨대 독립성이란 환상이 존재한단 거야.”"

"에이즈 교육은 우리에게 제 몸을 다른 몸들과의 접촉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고 가르쳤고, 이 가르침은 그와는 또 다른 종류의 고립, 즉 완전무결한 개인 면역계에 대한 집착을 낳은 듯하다. 스스로 면역계를 형성하고, 증강하고, 보충하는 일은 우리 시대의 문화적 강박이 되었다. 내가 아는 어떤 어머니들은 이런 노력이 백신 접종을 유효하게 대체할 수 있다고 믿고, 자신이 아이를 우수한 면역계를 가진 사람으로 키우고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우수한 면역계를 지닌 아이도 질병을 남에게 전달할 수는 있다. "

"에이즈 전염병의 시대에 성장한 우리는 에이즈가 동성애, 난잡한 성생활, 약물 중독에 대한 벌이라는 생각을 접하며 살아 왔다. 그러나 질병이 정말로 무언가에 대한 벌이라면, 그것은 오직 살아 있는데 대한 벌일 뿐이다."

"사람들이 편견으로 기우는 경향성은 스스로가 특히 취약하다고 느끼거나 질병에 대해서 위협을 느낄 때 좀 더 강화된다고 한다. 슬프게도 우리는 자신이 취약하다고 느낄수록 좀 더 편협해지는 것이다. "

"우리가 편견을 백신으로 예방하거나 손을 씻듯이 씻어낼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스스로를 보호하지 못하는 질병은 늘 존재할 테고, 그런 질병은 늘 우리로 하여금 자신의 두려움을 타인에게 투사하도록 유혹할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여전히 백신 접종에는 의학을 초월한 이유들이 있다고 믿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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