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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마태 11,11-15 어찌 요한보다 더 크지 않을 수 있으랴 본문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여자에게서 태어난 이들 가운데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하늘 나라에서는 가장 작은 이라도 그보다 더 크다.” (마태 11,11) #dailyreading
며칠 전 올겨울 처음으로 아침 온도가 영하로 내려간 날의 사진이다. 날이 추워지니 시동이 걸리고 나서도 한참이 지나야 공기가 데워지고 핸들도 너무 차가워 아침 출근이 그리 달갑지 않았었는데, 그날 앞유리에 와이퍼 자국을 따라 피어난 성에꽃을 보는 순간 생각을 달리 먹어야겠구나 하고 번쩍 정신이 들었다.
늘 보던 하늘, 잎을 다 떨구고 난 느티나무, 불마저 꺼진 키작은 가로등, 피정집의 뒷모습, 허름한 스타렉스 앞유리창, 그리고 성에... 평소의 내게는 사실 별스러울 것 없었던 각각의 존재가 서로를 더 아름답게 하는 장면이었다. 무엇보다 나를 제일 골치 아프게 했던 성에가 이 장면을 볼 수 있도록 내 시선을 끌었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붙드나 싶어 가만히 창밖을 보다가 알았다, 함께 어울려 서로를 더 아름답게 하는구나...
오늘 아침, 묵상을 하다가 앞구절에서 계속 맴돌았다.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하늘 나라에서는 가장 작은 이라도 그보다 더 크다.” 다음으로 잘 넘어가지 않아 한참 이 구절만 되새김하는데 며칠 전 이 장면이 떠올랐다. 그러다 이어지는 생각, 요한보다 더 큰 이들만 하늘 나라에 갔기 때문이 아니겠구나...
하느님의 나라를 나를 더 성장하게 한다. 상대를 키워 동반 성장하는 관계는 상대를 멈추게 하지 않고 더 하느님께 나아가게 하고, 더 예수와 결합시킨다. 그러니 어찌 요한보다 더 크지 않을 수 있으랴.
비록 하늘 나라를 빼앗으려 하는 자들이 있지만 우리는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고(루카 10,42), 요한에게서 엘리야가 예언한 하늘 나라를 알아보듯 우리는 서로에게서 예수를 알아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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