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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나는 아직도 노란 리본을 달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리본을 할머니 수녀가 되어서도 달아야 할까봐 걱정했다. 그렇게 일 년이 지나고 몇 달이 흘렀다. 리본의 무게도 천근 만근인데 세상은 어쩌자고 점점 더 암담해지는 것인가. 죽음의 무게를 달 수도 없거니와 애도의 마음을 나눌 수도 없는 것이지만, 프랑스에서 일어난 테러에 대한 관심보다 국가가 국민을 사경에 몰아넣은 일에 대한 관심은 어이 이리 가볍게 여겨진다 싶은 건지. 내 마음도 어쩌자고 이렇게 가라앉기만 하는 건지.
양팔 저울로 무게를 잴 땐 가벼운 쪽에 추를 실어야 한다. 시소도 무거운 쪽이 가벼운 쪽으로 가까이 다가가야만 평형이 유지된다. 균형을 맞춘다는 건 그런 거다. 약자에게 다가간다는 거다. 비겁하게 가운데 가만히 앉아있는 건 중립도 뭣도 아니다. 비겁하게 무기를 들고 복수를 한답시고 무고한 이들을 수도 없이 죽이는 사람들,죄 없는 이들이 항변할 데가 없어 들어달라 서 있는데 최루액이 섞인 물대포를 조준하여 쓰러뜨리는 사람들.하루 이틀이 아니지만 어제 오늘 소식에 너무 참담하고 화가 난다. 좋은 머리와 고생해서 공부한 지식을 사기치고 자신의 배나 불리는데 쓰는 사람들, 자신의 힘을 남을 공격하고 짓밟는데 쓰는 사람들,논밭은 갈라지고 강은 썩어가는데 그 많은 물을 죄 없는 국민들 쓰러지게 하는데나 쓰는 사람들..
"너는 감기에 걸렸기 때문에 지금은 아이스크림을 먹는 게 좋지 않아."라고 했더니싫다고 떼쓰며 나는 아이스크림을 먹고야 말겠다 무조건 울기만 하다가결국 엄마, 아빠, 친구들에게 다 일러바친다. 이번엔 아이들 말만 듣고 부모가 달려와 따진다."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우리 애 아이스크림을 못먹게 해?" 이런 대화가 주위에 정말 너무 많다. 하나만 보거나 전해듣고 우루루 달려들어 따지고 드는데, 전후 사정과 전체 그림을 설명하는 게 힘들기도 하거니와 나중에 이해시켰다 해도 본인들이 무안하다는 이유로 여전히 감정만 상한 채 돌아서는 경우도 많다. 근데 이게 꼭 나만의 문제인가... 생각해 본다. 그래, 나부터 시작해야겠지.
아무리 우아한 칼집에 꽂는다 해도 칼은 칼이다. 요즘 제 머리를 떠나지 않는 문장입니다. 언젠가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지만, 나 역시 우아하게 만들어진 칼집에 꽂아둔 칼을 빼어드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에서 겨우 참았습니다. 제 아무리 우아하고 정교하고 아름다운 칼집이라 해도 그 안에 품고 있는 것은 칼인 법이지요. 아무리 부드러운 표현 안에 감추었다 해도 남에게 해를 끼치지 위해 꺼낸 말이라면, 아무리 정중한 표현 안에 감추었다 해도 남을 깎아 내리기 위해 꺼낸 말이라면,아무리 근심 어린 표현 안에 감추었다 해도 염려가 아니라 의심이라면,아무리 순박한 표현 안에 감추었다 해도 다른 의도를 품고 무언가를 감추기 위한 말이라면... 내가 품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가장 먼저 살펴보기 위해 주님, 당신이 ..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저에게 있어 성경을 읽고 묵상한다는 것은, 예수님 앞에서 버틸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일 때가 많습니다. 위로를 얻기도 하지만, 말씀을 통해 생각하지 싶지 않은 혹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내 모습을 보게 될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넘고 싶지 않은 이 부분을 넘고 나면 더 큰 위로가 찾아온다는 것을 저는,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첫 단어에서부터 발목이 잡혀 묵상 진도가 나가지 않았습니다. 당신을 따라오라는 초대에, 그것도 나 자신을 버려야 하고 날마다 나의 십자가를 져야 하는 그 초대에는 ‘누구든지’ 응답할 수 있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