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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하루하루 부르심따라 (156)
깊이에의 강요
이젠 내 곁에 없는 가족들의 죽음과 해마다 늘어나는 기억해야할 죽음을 생각한다.또한 매년 새로운 가족과 명절을 보내는 나의 삶을 생각한다. 미사 마치고 신부님들과 수녀원에서 식사를 했다.우리 수녀들이야 명절에 우리끼리 지내는 거 당연하고 신부님들은 부모님 뵈러 미사 마친 후 집으로 가시는 거 당연하고. 주임신부님은 서너시쯤 되어서 출발하신다면서 식사에 여유를 부리시고보좌신부님은 이제 2년차시라 식사 중인데도 마음은 벌써 고향에...^^
희정수녀님으로부터, 내가 꿈에 나왔다면서 진심으로 걱정하는 목소리의 전화가 왔다. 자세하게는 얘기하지 않았지만 꿈이 하도 선명해서 내가 염려된다면서 전화를 한 거였다. 전화 온 김에 나도 요즘의 나를 줄줄 털어놓았다. 내가 이런 사람이었나 싶어 마음이 무겁다는 내 말에 "나이 때문이야. 젊은 선생님들은 화 잘 안내더라. 연세 많으신 선생님들도 이제 화를 안내시고. 우린 좀 더 지나야할 거 같아."하고 수녀님은 말했다. 평소 날씨탓, 나이탓, 상처탓 하는 거 너무 비겁하다고 말해온 나였지만, 요즘은 정말 나이 때문이었으면 좋겠다. 차라리 나이탓이라면 마음이 조금 나아질까. 하지만 아무리 나이탓이라고 해도 내가 한 행동, 내가 한 말들에 대한 책임은 내가 져야한다. 원인은 사방에 널렸지만 말하고 행동하는 것..
어제(26일) 프랑스 북부 생테티엔뒤루브레 성당에서 테러리스트에 의해 자크 아멜Fr.Jacques Hamel 신부님이 살해되었다. 86세의 고령의 노신부는 그렇게 미사를 바치다가 제의를 입은 채로 살해 당했으며 함께 인질로 잡혀 있던 수녀와 신자들은 살아남았다고 한다. 교회 역사 안에서 부패의 시기든 풍요의 시기든 침체의 시기든 순교가 없었던 때는 없었다. 피의 순교가 드물기에 백색 순교를 묵상하고 각오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지만, 세계 곳곳에서 순교는 이어지고 있다. 유럽에서 적어도 50년 이상은 사제로 살아갔을 아멜 신부는 종교가 권력과 재물의 소용돌이 속에서 결국 부패와 쇄락의 과정을 거치는 것을 지켜봤을 것이고 화려하고 거대한 종교 유산 속에서 가난하고 미약하게 신앙을 증거해야 하는 삶을 살았을..
예의 없는 사람에게 화가 나 혼자 툴툴 거리다가 괜히 내맘 알아주시는 할머니 수녀님께 큰소리냈다. 순식간에 나도 예의 없는 사람이 된 거다. 가장 침묵이 필요한 때를 놓쳐버린 결과다. 반면 속상하다고 큰소리로 투덜거리는 나를 받아주신 수녀님의 침묵. 내가 편하게 생각하는 사람,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을 나도 모르게 '쉽게' 여겨버렸음을 깨달은 오늘을 기억하자.
날이 궂어서 그런지 머리도 너무 아프고, 집에 혼자 남은 마지막 날이기도 해서 시사인 하나 들고 나왔다. 500미터도 안되는 곳에 있는 조그만 커피공간, 카페01. 보좌신부님이 편안한 곳이라며 추천하시길래.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곳. 음악도 조용한 편이고, 일단 시끄럽지 않아 좋다. 책을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소음이라면 언제나 감사. 올라가는 계단. 그리고 나름 2층. 취침 안된대^^ 내려다본 카페 공간1. 저렇게 4인용 테이블 두 개와 2인용 테이블 하나가 전부인 카페. 아, 밖에도 조그만 테이블이 하나 있긴 하다. 내려다본 카페 공간2. 사실 나눠 찍을만큼 공간이 크지 않지만 그래도 내가 좋아하게 될 공간을 한번 더 남겨야지. 난 벽을 등지고 앉아서 책을 읽었다. 커피가 조금만 더 진했으면..
그림책카페 노란우산.책에 대해 그닥 많이 아는 것도 아니지만 그림책에 대해선 더더욱 모르는 나지만, 마음 설레게 만드는 책들이 잔뜩 있던 예쁜 그림책 카페 노란우산. 들어서자마자 진열되어 있는 그림책들. 고백컨데 아는 책이 한 권도 없었음. 1,2층 모두 전시 공간과 카페지만 1층엔 주문을 하게 되어 있었다. 1층엔 아이들과 엄마들이 있어서 조금 소란스럽긴 했지만, 이렇게 소소한 기쁨이 있는 공간이란 얼마나 사람을 만족시키는가! 기분 좋게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레베카의 작은 극장이라는 입체 그림책. 그림책이라기보다는 페이커 커팅책. 하나하나 넘겨보는 행복. 사실 trees를 한 권 사볼까 했지만, 심하게 아름다운 만큼 가격도 어마어마해서(나의 한달 월급 ㅋㅋ) 슬그머니 놓아뒀다. 다음에 들르면 한번 ..
홍대 동네 주민이신 트친분이 데려가주신 동네 서점 땡스북스. 엘에이에서 몇 군데 서점을 가본 후 이젠 휴가갈 때마다 서점을 둘러봐야겠다 싶었는데 딱 맞는 친절한 가이드 천사를 만나게 되었고 그 첫번째 서점이다. 땡스북스가 소개하는 자신은 '홍대 앞과 어울리는 책들로 구성된 큐레이션 서점, 동네서점 땡스북스' 환한 실내 분위기도 기분 좋고 가벼운 음악과 여기저기 나름의 공간에 맞춰 진열된 책보는 재미도 기분 좋고. 그동안은 마당몰 중고 알라딘에서만 책을 사고 미국서점은 거의 '기웃'만 한 터라 서점 자체에 배가 고팠었다. 기분 좋게 빙빙 돌며 가벼운 책산책을 하는 공간. 언젠가 읽어봐야지 했던 책들도 눈에 띄고, 무엇보다 여러 장르의 선별된 책들이 모여 있어 함께 온 분을 혼자 두고서 서점 안을 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