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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대부분은 뻣뻣한 수녀, 가끔은 엄마 마음 본문
미사 마치고 제의실에 들어갔더니 미카엘 신부님이 혼자서 제의를 개키고 있었다, 내일 신학교에 갈 일이 있다면서. 사제가 된 후 유학을 떠났으니 아직 본당 사제의 삶을 살아보지 못한 그 젊은 신부님은 혼자서 미사를 준비하고 혼자서 제의를 입고 정리하고 빨래도 혼자서 하고 그랬겠지. 얼른 제가 해드리죠 하면서 도와드릴 수도 있었지만, 난 웃으며 그냥 지켜보기만 했다. 차려주는 제의만 입고 미사 끝나면 훅 벗어던지고 나가는 교구 사제의 삶을 조금이라도 늦추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내가 굳이 이렇게 하지 않아도 언젠가는 똑같이 변해갈지도 모르고, 나만 눈치 없고 재바르지 못한 뻣뻣한 수녀로 남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연수를 다녀오니 더 마음이 복잡하다. 자신의 삶을 성찰하지 않는 사람은 타인에 대한 판단도 하지 말아야 한다지만 엄마 마음으로 아들 뒤치다꺼리 해주다가 평생 손에 물 안묻히는 아들 만드는 것보다는 낫지 않나 싶은 건... 내가 너무 나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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