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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자크 아멜 신부님께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본문
어제(26일) 프랑스 북부 생테티엔뒤루브레 성당에서 테러리스트에 의해 자크 아멜Fr.Jacques Hamel 신부님이 살해되었다.
86세의 고령의 노신부는 그렇게 미사를 바치다가 제의를 입은 채로 살해 당했으며 함께 인질로 잡혀 있던 수녀와 신자들은 살아남았다고 한다.
교회 역사 안에서 부패의 시기든 풍요의 시기든 침체의 시기든 순교가 없었던 때는 없었다.
피의 순교가 드물기에 백색 순교를 묵상하고 각오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지만, 세계 곳곳에서 순교는 이어지고 있다.
유럽에서 적어도 50년 이상은 사제로 살아갔을 아멜 신부는
종교가 권력과 재물의 소용돌이 속에서 결국 부패와 쇄락의 과정을 거치는 것을 지켜봤을 것이고
화려하고 거대한 종교 유산 속에서 가난하고 미약하게 신앙을 증거해야 하는 삶을 살았을 것이다.
우리 수도회에도 초창기 순교의 역사가 있다.
아프리카에서 순교를 직감했던 수녀들은 정갈한 정식 수도복으로 갈아 입고 제대 앞에서 최후의 순교를 맞이했다.
기꺼이 죽기 위해 흔들림 없이 제대 앞으로 달려간 수녀들,
아프리카 알제리(이슬람 국가) 아틀라스 산에서 선교하다가 순교의 위협을 받은 후에 머무를 것을 결심하고
결국 이슬람 무장세력에 의해 살해된 트라피스트 수도자들,
그리고 자크 아멜 신부, 이름 없이 사라져간 이 땅의 순교자들.
나 역시 매순간 순교를 향해 조금씩 다가서야 하는 삶임을 생각하며 때때로 내 수도삶의 무게를 가늠해 본다.
원하시는 곳에서, 원하시는 순간에, 원하시는 모습으로 내 마감하기 위해
지금 이 순간을 살아야 한다.
청원자 시절 수녀원에서 산다는 것이 버겁기만 하고 녹록하지 않았던 시절,
피정하던 날 오후, 혼자서 수녀원 동산 수도자 묘지를 찾아갔었다.
화려한 장식은 물론 봉분도 없이 검박하기 짝이 없는 수도자의 묘.
살아서도 죽어서도 높고 낮음 없이 나란히 줄지어 누워 계시던 선배 수녀님들.
어디까지가 무덤이고 어디부터가 바닥인지조차 알 수 없는 선배 수녀님들의 무덤 앞에서
나 역시 마지막 순간까지 수도복을 입고 살다 수도복을 입은 채 죽게 해달라고 기도했었다.
그리고 그 기도는 지금도 변함 없다.
수많은 실수와 잘못을 저지른 종교는 또 다른 수난의 시대를 살고 있다.
잔인한 테러의 공공연한 대상이 되었다는 말이 아니라,
쓸데 없고 허황한 것들을 신봉하며 협소한 세계관과 무분별한 공동 아집에 사로잡혀 있고
허상을 담보로 '약을 판다'는 비판도 받는다.
나에게 직접 시대에 뒤떨어진 편협하고 이기적 집단에 속했다고 대놓고 말하는 이들은 거의 없지만
종교에 대한 일반적 시각을 가진 이들의 생각이다.
많은 부분은 참고 기다려야 하고 어떤 부분은 나도 잘 모른다.
하지만 그동안 나름 신나고 재밌고 의미도 있었던 내 삶을 그대로 둔 채
선뜻 다른 길로 걸어갈 수 있었던 건
설명하긴 어렵지만, 사랑의 다그침이었다.
자크 아멜 신부 역시 그 사랑의 다그침을 느꼈을 것이다.
나 역시 그 다그침의 목소리를 기억하며
내 삶을 계속 살아갈 것이다.
자크 아멜 신부여, 세상을 위하여 빌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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