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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하루하루 부르심따라 (156)
깊이에의 강요
요새 몸상태가 너무 별로인지라, 좀 걷고 물을 많이 먹기로 했다. 그동안 쉽게 여기고 귀찮아했던 비타민도 챙겨 먹는다, 겨우 삼일째이긴 하지만. 내겐 평지가 더 좋긴 하지만, 그래도 조그만 산이긴 해도 산 안으로 들어가는게 여러모로 좋을 것 같아 산을 돌기도 했다. 이틀 째인 오늘 처음으로 걸어보닌 길로 들어섰더니 신비로운 정도로 조용하고 예쁜 길이 나타났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자연스러운 아름다움. 춥고 바람부는 길을 걷다가 모퉁이 하나만 돌아서면 눈부신 햇살이 내리쬐고 지나치고 싶은 길이 아니라 머물고 싶은 길이 나타난다는 게 위로가 되던 순간. 사람 사는 것도 이럴 거라 순진하게 바라고 믿었던 때도 있었다는 걸 기억해 내고는 잠시 멈칫하긴 했지만. 그 길 끝을 돌아서 나타난 눈부시도록 아름다웠던 곳...
날 향해 날아오는 주먹을 그대로 맞는 것이 평화인가. 내가 먼저 상대를 때리진 않더라도 날 향해 날아오는 주먹에 맞서 상대의 손목을 힘껏 잡겠다. 다음에도 이 다음에도 사람을 만만하게 여기고 겁없이 주먹을 날린다면 힘을 더 길러서라도 손목을 잡고 비틀겠다. 내가 아니더라도 힘 없거나 약한 이들, 무방비 상태의 사람들에게 비열한 주먹을 날린다면 그때도 어김 없이 손목을 잡고 비틀어 주겠다. 무죄한 이들을 향한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르는 이들에겐 발을 걸어서라도 멈추게 해야하는 거 아닌가. #박근혜즉각퇴진
보통 9시 미사를 마치면 10시가 조금 넘는다. 내일 미사를 준비하고 복도에 널린 주보와 봉헌봉투 등을 정리하고 복도와 화장실 불을 확인한 후 빨래할 것과 재활용할 종이, 미사책 등을 들고 텅빈 성당을 둘러본 후 마무리가 되면 얼른 반대편 수녀원 건물로 건너간다. 새벽부터 일어나 하루종일 성당 구석구석을 오가다가 밤 10시가 넘으면 녹초가 되어 얼른 수녀원에 들어가 씻고 발을 뻗고 싶어 마지막은 늘 조금 서두르게 되는데, 이게 나의 주일 마지막 모습이다. 오늘도 어김 없이 정리를 마치고 수녀원 건물로 건너가려고 성당에 들어서는데 어떤 자매님이 제일 앞에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낮이라면 기도하시나보다 하고 지나쳤겠지만 밤시간은 곧 세콤이 걸린다. 세 개의 건물이 이어진 4층 건물 안에선 세콤을 풀지 않고는..
명절이라고 들어온 과일이랑 고기 등을 할머니 수녀님들 모여 사시는 수녀원에 드리려고 갔었다. 차를 몰고 간 김에 여유가 있어 본원에 들렀더니 20년 넘게 암투병하셨던 에스델 수녀님께서 치료를 다 놓으시고 2층으로 옮기셔서 임종을 준비한다고 했다. 수녀님은 누가 봐도 마지막이구나 하는 시간을 보내고 계셨고 잠깐 얼굴을 뵙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결국 그날 밤에 돌아가셨다는 부고가 아침에 도착했다. 토요일이라 본당 때문에 갈 수가 없어 하루 종일 틈틈이 수녀님을 기억한다. 함께 살던 때, 비오는 날 부추전을 할까 싶어 시장에서 부추 한 단 사들고 수녀원으로 가는데 맞은편에서 수녀님도 부추 한 단 사들고 오셨던 기억, 햇빛에 그을린 얼굴이 아프다시길래 감자를 갈아서 팩을 해드렸는데 태어나서 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