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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요한의 우물 (118)
깊이에의 강요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요한 20,28) 다른 누구의 아버지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아버지도 넘어선, 토마스가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을 고백하는 순간. 토마스가 비로소 부활을 만나는 순간. 죽음의 상처까지도 모두 보여줄테니 만져보고서라도 의심을 버리고 믿어라 하시는 예수님. 떠나고 의심했던 과거가 있더라도 괜찮으니 주저하지 말고 오라는 예수님. 그림을 보고 나니 상처를 보여주시는 예수님이, 부디 다 떨쳐내고 다시 당신께 오라는 예수님이 얼마나 따뜻하셨을지 짐작이 간다. 그 따뜻함에 의심했던 토마스가 얼마나 마음을 놓을 수 있었을지도 짐작이 간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16절) 요한 3,16절은 미국에 선교하러 가는 수녀들이 입국 심사에서 치르는 인터뷰 예상 질문 1순위입니다. 저도 달달 외우고 대사관을 찾았었는데요, 그래서인지 저에게 이 구절은, 온전히 이해하고 있어야만, 믿고 붙들고 있어야만 이역만리 땅에서 선교를 할 수 있겠구나 싶었던 말씀이기도 합니다. 우리말 성경과는 달리 그리스어 성경의 이 구절은 ‘하느님께서’로 시작하지 않고 ‘후토스(οὕτως)’로 시작한다고 합니다. 우리말의 ‘너무나’에 해당하는 ‘후토스(οὕτως)’인데요, ‘이런 식으로...(in this manner)’로 해석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합니다. 즉, ‘..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 오늘은 성령 강림 대축일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두려워 문을 잠가 놓고 숨어 있던 제자들에게 나타나시어 당신의 상처를 보여주신 후 오히려 제자들에게 평화를 빌어주셨습니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 사흘 전 참담한 십자가형으로 돌아가신 분이, 마지막까지 사랑했던 제자들이 떠나가는 비통한 배반을 당하신 분이, 제자들을 찾아가 그들을 기쁨으로 채워주시며(20절) 하셨던 말씀, "평화가 너희와 함께!" 그분의 표정과 목소리는 어땠을까요. 자신의 평화가 아니라 제자들의 평화를 비는 예수님의 심정은 무엇이었을까요. 우리가 믿고 따르는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지, 이번 주 복음은 잘 보여줍니다. 오늘은 성령을 주신..
저는 이들을 위하여 저 자신을 거룩하게 합니다. 이들도 진리로 거룩해지게 하려는 것입니다. (요한 17,19) #dailyreading 스스로 거룩하신 분께서 저 말씀을 하시는 뜻을 생각하며, 타인을 사랑하기 위해 나 자신도 사랑할 줄 알아야 함을 묵상했다. 나를 진짜 아낄 줄 아는 사람이 타인도 아낄 줄 안다. 우리 공동체가 거룩해지기 위해서는 너를 거룩하게 하는 데만 애쓸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거룩하게 하는 노력으로 시작해야 할 것. 나의 상처 입지 않으려는 사랑과 나만 생각했던 희생, 구원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고통 속에만 머물렀던 십자가… 예수님의 십자가는 우리를 위해 그저 죽는 것이 아니었다. 사그라들기 위해 타는 것이 아니라 밝히기 위해 타오르는 촛불처럼.
오늘 복음은 제자들을 위한 예수님의 기도입니다. 무엇을 청하셨는지 살펴보면 “우리처럼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11절), “악에서 지켜 주십사고 빕니다.”(15절), “진리로 거룩하게 해 주십시오.”(17절) 이 세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세 번째 기도를 묵상해 볼까 합니다. 17절에 나오는 ‘진리로’(엔 테 알레테이아)에서 전치사 ‘엔’은 거룩함이 이뤄지는 장소를(안에서) 뜻하는 동시에 수단이란(로써) 의미도 가진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제자들은 ‘진리 안에서/진리로써’, ‘하느님 안에서/하느님을 앎으로써’ 거룩하게 해 주시길 기도하셨다고 이해할 수 있겠지요. 곧 이 진리는 제자들을, 또한 우리들을 거룩하게 하는 힘인 동시에 우리를 거룩하게 만드는 장소입니다. 이 거룩함은 우리..
이번 주 복음은 예수님께서 성령을 약속하시는 장면입니다. 여러분은 오랫동안 멀리 떠날 일이 생긴다면(꼭 죽음이 아니더라도) 가장 사랑하는 이들에게 무엇을 알려주시겠습니까? 꼭 알아야 할, 꼭 기억해야할 것을 알려 주지 않을까요? 하늘로 떠나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은 바로 ‘성령’에 관한 것이었는데요, “내가 아버지께 청하면, 아버지께서는 다른 보호자를 너희에게 보내시어, 영원히 너희와 함께 있도록 하실 것이다.”(16절) 즉, 보호자께서 영원히 너희, 제자들과 함께 있다는 걸 기억하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이 보호자는 바로 성령입니다. 보호자란 단어는 ‘옆에 있도록 불린 자’라는 뜻으로 그리스어 ‘파라클레토스’를 번역한 것입니다. 성령 하느님은 연약한 우리들을 위해서 옆에 있도록 불린 자입니다. ..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종은 주인보다 높지 않고, 파견된 이는 파견한 이보다 높지 않다. (요한 13,16) 이 구절이 마치 ‘너는 결코 나보다 높아질 수 없다’는 말로 들릴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 말씀은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신 다음에 하신 말씀이다. 제자들이 앞으로 다른 사람들의 발을 씻어줘야 할 때, 다른 사람들을 높이고 스스로 낮아져야 할 때, 섬김을 받기보다 섬겨야 할 때, 모범을 보이신 스승을 기억할 수 있도록 말이다. 스승의 마음으로도 제자들의 발을 씻어줄 수 있다는 걸, 발을 씻어주신 스승은 우리를 종이 아니라 벗이라 부르신다는 걸 기억하도록... 간혹 내 일이 나를 낮춘다 싶어 자존심이 상할 때, 내 발을 씻으셨어도 예수님은 예수님이셨음을 기억하자. 지금의 나를 위해 잡히..
오늘 복음에는 제자 2명의 질문와 부탁이 나옵니다. 주님이 어디로 가시는지 알고 싶다는 토마스의 질문과 아버지를 뵙게 해달라는 필립보의 부탁인데요, 이 제자들에게 예수님께서는 어떻게 대답하셨을까요? “주님, 저희는 주님께서 어디로 가시는지 알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그 길을 알 수 있겠습니까?”(5절)라는 토마스의 질문에는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6절)라고 하셨습니다. 즉, 그 길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예수님을 통해서’라는 것이지요. 이제 필립보를 볼까요? “주님, 저희가 아버지를 뵙게 해 주십시오. 저희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하겠습니다.”(8절)라는 부탁에는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함께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다는 말이냐? 나를 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