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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마태오의 우물/마태오 5장 (18)
깊이에의 강요
등불은 켜서 함지 속이 아니라 등경 위에 놓는다. 그렇게 하여 집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을 비춘다. (마태 5,15) 그래, 모든 사람을 비춘다. 혼자만 빛나기 위해, 자신만을 비추기 위해 빛나는 등불이라면 그게 뭔 소용이란 말인가.
그분께서는 악인에게나 선인에게나 당신의 해가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이에게나 불의한 이에게나 비를 내려 주신다. 사실 너희가 자기를 사랑하는 이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상을 받겠느냐? 자기를 사랑하는 이들을 사랑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 사랑이 확장될 때 비로소 세상은 달라질지도. '우리'의 범위라고 규정해 놓은 울타리가 '당장'은 일상에서 굳건하다고 해도 적어도 기도만이라도 그 울타리를 넘을 수 있다면 세상은 조금이나마 달라질테고. 그게 우리의 '당장'의 기도 몫이고, 그 기도가 조금씩 울타리를 밖으로, 세상으로 옮길 수 있길 바란다.
말을 한마디만 딱 떼어내서 이해하거나 판단하면 위험하듯이 사람을 볼 때도 그러합니다. 우리가 보는 것은 그 사람의 일부이고, 그 말을 하게 된 경위나 그 사람의 요즘 상태를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순간의 판단은 섣부를 뿐만 아니라 위험하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 ‘일부를 보고 들은 판단’이 죄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사람은 자신이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기 마련이라서 그렇습니다. 성경 말씀도 그렇습니다. 하느님 말씀을 듣고 묵상하는데도, 자신이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볼 때가 참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왜 그렇게 말씀하셨을까.’를 알아들으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조용히 성체 앞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덧붙이는 것이나 생략하는 것에서 나의 속마음이 ..
친구들, 한 주간 동안 잘 지냈나요? 지난 주 연날리기가 무척 재밌었지요? 독감에 걸려서 성당에 오지 못한 친구도 있었는데 이번 주에 건강한 모습으로 모두 만날 수 있어서 수녀님은 친구들에게도, 하느님께도 참 감사해요.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산 위에서 제자들을 가르치시는 산상설교의 한 부분이예요. 우리가 지켜야 할 율법이나 계명에 관한 가르침인데요, 눈치 챈 친구들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여러번 반복되는 문장이 있어요. “...라고 이르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살인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자기 형제에게 성을 내는 자는 누구나 재판에 넘겨질 것이다.”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은, 살인만 안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형제에게 무례..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오늘은 소금과 빛에 대해 생각해 보면서 함께 우리의 신앙을 돌아봤으면 좋겠습니다. 1. 소금이나 빛은 대상을 가리지 않습니다. 소금이 선택적으로 일부만 짠 맛을 느끼게 한다거나, 빛이 비추고 싶은 곳만 비추지 않지요. 쉽게 말해보자면, 소금을 넣었는데 감자만 간을 맞춘다거나 촛불이 내가 읽고 있는 책만 비추지 않는다는 겁니다. 가톨릭의 정신(가톨릭이라는 말이 보편되다라는 뜻)도 바로 그렇습니다. 그래서 ‘세상의’ 소금과 ‘세상의’ 빛입니다. 좁은 테두리 안의 사람들에게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만 빛과 소금이 되라는 것이 아니라 세상 모두를 위하라는 겁니다. 우리는 참 좁게 살아왔습니다. 예수천당 불신지옥만 잘못된 게 아닙니다. 신자들 우선 장사해주기..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음욕을 품고 여자를 바라보는 자는 누구나 이미 마음으로 그 여자와 간음한 것이다.(마태 5,28) #dailyreading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세상에서 들려오는 소리와 분명 다른 목소리가 있고 그 목소리는 내 안에도 있다. 크게 들리는 소리가 아니라 들어야 할 소리... 세상은 아직 행하지 않았으니 죄짓지 않았다 외치고, 아무도 모르니 괜찮다 부르짖는다. 하지만 다른 마음을 품고 눈을 돌린 것 자체로 이미 시작되었음을 우리는 알고 있고, 그 시작은 순식간에 다음 행위로 이어진다는 사실도 우린 알고 있다. 성급하게 올라오며 다른 소리를 애써 지우는 크고 요란한 소리 말고 조용하되 사라지지 않는 그 소리를 듣기 위해 내 안에, 내 안의 그분께 귀기울이는 시간..
내가 율법이나 예언서들을 폐지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마라. 폐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왔다. (17절) 의미를 바로 세우는 일이 필요하다. 곡해되고 훼손된, 감추어졌던 본질을 바로 드러내는 일이 필요하다. 빛 자체가 나를, 우리를, 세상을 비추도록. 5월 11일부터 18일까지 독일 가톨릭 여성 단체는 교회 쇄신을 위한 운동을 벌인다. 기간 동안 교회에 들어가지 않고 흰 옷을 입으며 모든 교회 봉사를 손놓는다. 자신들의 신앙, 성직자들의 신앙, 떠나간 이들의 신앙을 위해서 벌이는 운동이다. 교회를 버리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켜보겠다는 의미로 교회 건물 앞에 서서 미사를 드린다. 특권을 의미하게 된 훼손된 흰옷이 아니라 순수함과 결백, 부활의 의미를 되새기는 흰옷을 입는다. 특히 봉사직에서 손을..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그리고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그래야 너희가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자녀가 될 수 있다.(마태 5,44-45) 사랑해야할 원수도 기도해야할 박해자도 없으면 좋으련만 우리 삶이 그렇지 않다. 마음이 그나마 좀 괜찮은 날엔 '그래, 해보자.' 하는 마음이 들지만 내 삶에 굳이 비집고 들어와 해를 끼치는 사람 때문에 몸과 마음이 너무 괴롭거나 이유도 없이 때론 무자비하고 말도 안되는 이유로 나를 박해하는 사람이 내 삶 전체를 절망 속으로 밀어 넣을 땐 저 말씀조차 내팽겨치고 싶지 않겠는가. 그럴 땐 예수님이 내게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신가 하며 원망을 그분께로 돌릴 때도 많다. 도저히 마음이 돌아서지 않는 날은, 사랑도 기도도 시작이라도 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