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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마르코의 우물 (139)
깊이에의 강요

많은 사람이 그들이 떠나는 것을 보고, 모든 고을에서 나와 육로로 함께 달려가 그들보다 먼저 그곳에 다다랐다. (마르 6,33) 오늘은 배를 타고 떠나가는 제자들과 예수님을 본 사람들이 육로로 함께 달려가는 장면에 머물렀다. 예수님과 제자들이 떠나는 것을 보고 달려갔던 사람들. 눈 앞에서 떠나갔다고 해서 그분 은총이 멈추랴. 내가 그분이 가실 그곳으로 먼저 달려가는 것도 기도요 은총일 것인데. 내게서 떠나갔다고 생각될 때라도, 내 눈에 그렇게 보였을지라도 돌아서지 않을 것. 기도를 멈추지 않을 것. 그때 “예수님께서는 배에서 내리시어 많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그들이 목자 없는 양들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기 시작”(34절)하신다. 늘 그분이 내게 먼저 오시..

요한을 의롭고 거룩한 사람으로 알고 그를 두려워하며 보호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의 말을 들을 때에 몹시 당황해하면서도 기꺼이 듣곤 하였기 때문이다. (마르 6,20) 요즘 홍은전의 을 읽어서인지 오늘은 헤로데의 생일 잔치에 초대된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직접 당사자는 아니더라도 주위에 분명 함께 있었던 사람들. 헤로데의 생일 잔칫날 헤로데 곁에서 먹고 마실 수 있었던 고관들이었고 무관들이었고 갈릴래아의 유지들이었던 그들은 나름의 명예와 권위를 지녔을 테지만, 의롭고 거룩한 것에 대한 두려움을 지닌 이들은 아니었다. 버젓이 살해가 종용되는 자리에서 그 어느 누구도 그것에 대한 의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손님들 앞이라 망설이며 괴로워하던 헤로데에게 ‘우리는 괜찮다’고 말하지도 않음으로써 그의..

둘씩 짝지어...(마르 6,7) 언젠가부터 복음의 한 문장도 벅차고 넘치는지, 묵상을 시작하면 한 구절이나 한 단어에 붙들린다. 마음의 여유가 좀 없나 싶지만 이 하나의 구절을 붙드는 것도 쉽지 않다. 오늘은 ‘둘씩 짝지어’라는 구절이다. 둘씩, 짝지어... 같이 가되 각자의 성실로만 채울 수는 없는 일. 각자의 길을 걷다가 어느 지점에서 만나도 되는 삶이 아니라 함께 걸어가야 하는 삶. 나의 부족을 네가 채워야 하고(네가 하고픈 일이 아니라), 네게 필요한 것이 나의 우선이 될 때도 있는 삶. 그렇기에 우리의 차이는 도전이 되기도 하고 공백이 되기도 한다. 내가 편한 곳이 아니라 함께 머물 수 있는 곳에 머물고, 지팡이를 쥐지 않은 나머지 손은 너를 의지하거나 너를 부축하는 손이 될 때가 많을 것이니 ..

그 회당에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소리를 지르며 말하였다."나자렛 사람 예수님, 당신께서 저희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마르 1,23-24) 회당 안 어쩌면 우리 안 내 안에도 분명 있다, '나와는 상관 없다'고 외치는 영. 좋은 말이지만 나와는 상관 없다,중요하지만 나와는 상관 없다,잘못된 일이지만 나와는 상관 없다,필요하지만 나와는 상관 없다,안타깝지만 나와는 상관 없다,맞는 말이지만 나와는 상관 없다,믿긴 하지만 나와는 상관 없다... 성당에 다니긴 다니는데, 열심히 활동도 하긴 하는데,내것, 내가 불편해지는 것은 조금도 양보하지 못해내 안에서 들리는 '너와는 상관 없어'라는 속삭임에나도 몰래 귀 기울이지 않도록. 거룩한 곳(회당)에 있다고 해서 내 옆에 더러운 영이 없지 않고..

숨겨진 것도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도 드러나게 되어 있다. (마르 4,22) 어둠 속에 머물면 숨겨둔 것이 영원할 것 같고 감춘 것도 영영 잊힐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어둠 속에 머물려고 할수록 더 큰 어둠을 찾게 된다는 걸. 그러니 더더욱 빛으로 나아가자. 감출 곳이 없어도 두렵지 않는 빛, 빛이신 그분 앞으로. 비록 지금이 밤일지라도...

어떤 것은 흙이 많지 않은 돌밭에 떨어졌다. 흙이 깊지 않아 싹은 곧 돋아났지만, 해가 솟아오르자 타고 말았다. 뿌리가 없어서 말라 버린 것이다.(마르 4,5-6) 오늘은 ‘흙이 깊지 않아 싹은 곧 돋아났지만’이라는 구절에 머물게 된다. 흙이 깊지 않아 조금만 자라고도 일찍 싹이 흙 위로 드러났을 뿐인데, 마치 열매마저 영글었는 양 살고 있는 건 아닐까. 뿌리조차 제대로 내리지 못했다는 걸 깨닫지 못하고서 말이다. 글 몇 줄, 책 몇 권으로 모든 걸 꿰뚫을 수 없고, 인생의 단면으로 어찌 전 생애를 평가할 수 있으련마는, 우리는 자칫하면 돌밭에 떨어진 씨앗처럼 마치 열매마저 영글었는 양, 애잔한 삶을 살 수 있다. 얼마 전, 검색한 논문 몇 줄로 세계적인 석학과 빈약한 논쟁을 펼치던 이를 보았다. 내가 ..

요한이 잡힌 뒤에 예수님께서는 갈릴래아에 가시어, 하느님의 복음을 선포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마르 1,14) 오늘은 '요한이 잡힌 뒤에 예수님께서는'이라는 구절에서 마음이 멈췄다. 사랑하는 이가 더 큰 고난의 길에 들어섰다는 걸 알게 된 비애, 그에게 닥쳐올 일과 그를 잃어야 함을 알기에 느끼는 비통함. 요한이 잡혔다는 소식을 접한 후 가눌 수 없는 비통과 비애를 안은 채 묵묵히 해야할 일을 하러 걸음을 떼셨을 예수를 생각한다. 서두르지 않고 단호하고 묵직한 걸음을 떼며 갈릴래아로 가셨을 예수. 하느님의 복음을 선포하시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허투루 떼지 않고 나아가셨을 예수. 가끔 비참하고 서글프고 고적하더라도, 이 예수의 뒤..

예수님의 친척들이 소문을 듣고 그분을 붙잡으러 나섰다. 그들은 예수님께서 미쳤다고 생각하였던 것이다.(마르 3,21) 넘어진 사람을 보면 먼저 일으켜 세우는 일이 당연하고 무거운 짐을 들고 힘겹게 걷는 이를 보면 짐을 덜어주려는 마음이 먼저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살다보면 이 당연한 일이 그리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감정의 군더더기가 없어야하고 어쩌면 그 상황에 대한 판단이나 생각도 단순한 편이 낫다. 상대를 안다는 생각은 하소연도 외면하게 만들고, 덜 아문 상처나 해결하지 못한 감정이 남아 있으면 스스로 초라해질 만큼 손 한 번 내밀기조차 힘들기 때문이다. 이럴 땐 마음 속 진짜 이유를 잘 들여다보고 나를 다독여주는 일이 먼저일 수 있다. 군중들이 꾸역꾸역 집으로 모여드는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려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