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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마르 6,14-29 나의 ‘모른 척’은 ‘부추김’이 될 수도 있다 #dailyreading 본문
요한을 의롭고 거룩한 사람으로 알고 그를 두려워하며 보호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의 말을 들을 때에 몹시 당황해하면서도 기꺼이 듣곤 하였기 때문이다. (마르 6,20)
요즘 홍은전의 <그냥, 사람>을 읽어서인지 오늘은 헤로데의 생일 잔치에 초대된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직접 당사자는 아니더라도 주위에 분명 함께 있었던 사람들. 헤로데의 생일 잔칫날 헤로데 곁에서 먹고 마실 수 있었던 고관들이었고 무관들이었고 갈릴래아의 유지들이었던 그들은 나름의 명예와 권위를 지녔을 테지만, 의롭고 거룩한 것에 대한 두려움을 지닌 이들은 아니었다. 버젓이 살해가 종용되는 자리에서 그 어느 누구도 그것에 대한 의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손님들 앞이라 망설이며 괴로워하던 헤로데에게 ‘우리는 괜찮다’고 말하지도 않음으로써 그의 괴로움을 더 크게 만들었다. 죄를 짓지 않을 수 없도록 내몬 것이나 다름 없으니, 헤로데가 요한을 죽이고 싶어 내달리는 폭군처럼 군 것도 아니었는데 술에 취하고 흥에 겨워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증인의 자리에서 범죄의 동조자가 된 이들. 이들의 ‘모른 척’은 그날 살해를 ‘부추겼다’.
올바른 것을 지켜내는 일은 당사자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나 자신부터 바르게 살아가야 함은 물론이고 옳지 않은 일을 묵인하지 않는 것, 바루는 과정이 제대로 진행되는지 지켜보는 것... 곁에 서 있는 이들은 증인이 되어야 한다. 나의 침묵이 동조를 넘어 부추김이 되지 않도록 말이다.
그렇다면, 나는 하늘 나라의 증인처럼 살고 있는가. 헤로데의 손님처럼 즐기며 침묵하며 모른 척하며, 이 아프고 가난한 세상에 머물고 있지는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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