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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마르 6,7 둘씩 짝지어 #dailyreading 본문

마르코의 우물/마르코 6장

마르 6,7 둘씩 짝지어 #dailyreading

하나 뿐인 마음 2021. 2. 4. 10:37

둘씩 짝지어...(마르 6,7)

언젠가부터 복음의 한 문장도 벅차고 넘치는지, 묵상을 시작하면 한 구절이나 한 단어에 붙들린다. 마음의 여유가 좀 없나 싶지만 이 하나의 구절을 붙드는 것도 쉽지 않다. 오늘은 ‘둘씩 짝지어’라는 구절이다. 둘씩, 짝지어...

같이 가되 각자의 성실로만 채울 수는 없는 일. 각자의 길을 걷다가 어느 지점에서 만나도 되는 삶이 아니라 함께 걸어가야 하는 삶. 나의 부족을 네가 채워야 하고(네가 하고픈 일이 아니라), 네게 필요한 것이 나의 우선이 될 때도 있는 삶. 그렇기에 우리의 차이는 도전이 되기도 하고 공백이 되기도 한다. 내가 편한 곳이 아니라 함께 머물 수 있는 곳에 머물고, 지팡이를 쥐지 않은 나머지 손은 너를 의지하거나 너를 부축하는 손이 될 때가 많을 것이니 ‘너와 나’로 불리지 않고 ‘우리’로 불리는 삶이다. 그래서 급해 보여도 더디게 가기도 하고, 쉬워 보여도 조금 더 애써야 할 때가 있고, 내가 넘어지지 않아도 멈출 때가 있는 삶, 같은 곳에서 쉬고 같은 곳에서 뛰어 넘는, 호흡이 같은 삶이다.

그렇기에 바람이 내게만 불어오지 않음을 기억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삶이다. 쉴새 없이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적어도 나 혼자서만 흔들린다고 말하지 않을 때, 이 바람이 나만 흔든다고 말하지 않을 때 살아갈 수 있는 삶이 ‘둘씩 짝지어’ 가는 삶이다. 그분이 우리를 보내시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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