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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021/06 (17)
깊이에의 강요
클로에 바리 지음. 이민경 옮김. 우리학교. 솔직한 그림과 이야기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당장은 결과를 바꿀 수야 없다 해도, 남자팀과 겨눠서 끝까지 경기를 마치고 당당하게 4:0으로 승리한 여자 축구부 이야기. 날씬하고 예쁜 모습만으로 그려지지 않아도 충분히 멋있고, 승리가 전부가 아니라 해도 승리를 갈망할 줄 알고, 눈물을 닦으면서도 달릴 줄 아는 여자 아이들의 이야기.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엔, 좀 더 다른 결과의 이야기도 당연하다 생각되리라. 내가 지나온 시간은 좀 달랐지만 지금을 사는 아이들은 이런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더 나아가길 바란다.
강경수. 창비. 이럴 줄 몰랐다. 이 동화를 읽은 나만의 심정은 아니었을테다. 북극곰 눈보라의 심정도 이렇지 않았을까. ‘이럴 줄 몰랐어…’ “이 못된 북극곰!”이라고 마을 어른들이 외쳤을 때 내 안에서는 평소에도 수도 없이 떠오르는 질문이 실제로 소리가 되어 튀어 나왔다. “도대체 근거가 뭔데!” 근거가 빈약하거나 근거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말해주고 싶은데, 나는 또 얼마나 오랫동안 얼마나 자주 그러고 살았겠나 싶어 입을 다물게 된다.
비올렌 르루아 글, 그림. 이경혜 옮김. 곰곰.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산꼭대기의 신비로운 마을. 마을에 대해 떠돌던 숱한 이야기를 사실이라 믿으며 자란 ‘나’는 저절로 산꼭대기를 향하게 되었고, 오를수록 순식간에 모습을 감추던 신비로운 마을을 찾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산을 올랐다. 저 높은 곳을 올려다보며 눈 덮인 산을 오르는 ‘나’를 보며 아기 때 세례를 받고 내 삶을 둘러싼 그 숱한 이야기들을 믿으며 자라 자연스럽게, 또는 나도 모르게 신비로운 ‘영원’을 향해 걸어간 또 다른 ‘나’를 생각했다. 나 역시 "몰아치는 눈보라에 휩쓸려 가기도 하고, 살을 에는 칼바람에 발이 묶이기도 했다." 길을 잃었구나 싶을 때 발견한, 내 손 안에 들어온 작은 돌 하나... 마침내 그들을 보았고, 그들을 따라갔고, ..
할레드 호세이니 글. 댄 윌리엄스 그림. 명혜권 옮김. 스푼북. 주일 새벽에 가벼운 마음으로 꺼냈는데 책에 대한 선지식이 하나도 없는 상태로 시작했다가 오전 내내 기도하는 시간을 보내도록 만든 책. 하나의 죽음은, 하나의 인생이 끝나는 것이고 그에게 걸었던 수많은 사람들의 희망도 끝나는 것이고 연결되어 있는 가족들의 삶의 일부도 끝나는 것이다. 분쟁, 폭력, 박해를 우리가 끝내지 못하는 한…. 내게 이 책은 비극을 비극으로 기억하게 하는 책이었다. 이 장면에 마음에 남았다.
하이케 팔러 글. 발레리오 비달리 그림. 김서정 옮김. 사계절. 우정이 다져지기 시작한 때도, 우정이 익어가는 때도, 어떤 식으로든 우정이 완성되거나 마무리되는 때도 다 다르다. 둘만의 우정이라도 그 시간은 서로 다르더라. 그때 그 친구의 끈이 지금 내 손에 없어도 함께 했던 모든 순간이 나를 키웠구나 싶었다. 페이지마다 떠오르는 얼굴과 장면이 각각이라 오래된 사진첩을 보는 기분이었던 그림책.
그 사람은 어떻게 그리되는지 모른다. (마르 4,27) #dailyreading 사실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더 많은데 아는 것만 보고 살면서 다 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자꾸 돌아봐야 한다. 그러니 장담이든 확신이든 이는 얼마나 무모한가. 꽃 한 송이 피우는 게 내 공이 아님을, 어쩌다 주어지는 귀한 산책 시간을 통해 배우고 또 배운다. 그래, 저 꽃 한 송이도, 이내 생명도 다 그분이 하신다.
마이클 샌델 지음. 함규진 옮김. 와이즈베리. 덧붙일 말은 없고, 생각나는 단어 하나. 반대급부(反對給付). p.15 "정치를 잘하기 위해 기술 관료적 전문가들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시민적 덕성이 요구된다 공동선에 대해 숙고하고, 모든 면에서 시민들과 일체감을 갖는 능력 말이다." p.42 "외국인 혐오증과 극단적 민족주의. 이런 추한 감정과 얽혀 있는 정당한 불만을 진지하게 다뤄야 한다. 이는 그러한 불만이 단순히 경제적인 불만일 뿐만 아니라 도덕적, 문화적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불만은 단지 임금과 일자리에만 있는 게 아니라 사회적 존중과 관련되어 있기도 하다." p.44 "최근 수십 년 동안 노동자의 사회적, 문화적 지위가 꾸준히 낮아진 것은 피할 수 없는 조류 탓이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