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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021/07 (15)
깊이에의 강요
실바나 단젤로 글. 안토니오 마리노니 그림. 이현경 옮김. 별천지. 읽는 내내 '이 동화책 뭐지?' 다 읽어갈 즈음 '뭘 훔쳤지?' 책을 덮으며 '독자의 마음을 가져갔구만.' 무엇에서 어디로 데려갈지 알 수가 없는데 자꾸만 따라가게 되는 오묘한 동화책.
오츠카 아츠코 사진, 글. 송영빈 옮김. 글로세움. 엠마 할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말이야. 인생에서 지금이 가장 행복하단다. 실패를 했던 일이나 괴로웠던 일들도 지금은 좋은 추억처럼 느껴져. 사이가 나빴던 사람도 지금은 모두 용서할 수 있으니까. 왜 그 사람이 그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었을까, 그 이유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지…….” 다발성 골수종 진단을 받은 엘마 할머니의 마지막 시간을 고양이 스타키티의 눈으로 지켜본 사진 작가 오츠카 아츠코의 글이다. 아직까지는 모두를 용서할 수 있는 순간을 짐작할 수는 없지만, 그런 순간이 분명 있음을 안다. 그리고 그때를 더 평화롭게 맞이하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할지도 조금은 안다. 이별을 덜 아프게 맞이하도록 준비한 엘마 할머니와 걱정 없이 ..
겨자씨는 어떤 씨앗보다도 작지만, 자라면 어떤 풀보다도 커져 나무가 되고 하늘의 새들이 와서 그 가지에 깃들인다.(마태 13,32) #dailyreading 당장의 이익보다 옳바른 것을 선택하는 것, 원하는 게 없어도 바치는 기도, 충분한 잠과 휴식, 운동, 더딘 결과를 가져올 선한 마음가짐… 결코 작지 않다.
막스 뒤코스 글, 그림. 류재화 옮김. 국민서관. 그림 속 모르간을 만나게 되는 계기가 좀 당황스럽긴 했지만(사춘기를 시작한 누나의 무관심에 혼자 화를 내다가 벽에 붙인 그림을 뜯어낸다니…, 화를 내고 그림을 떼던 아이가 갑자기 엄청 남을 도와주는 아이가 되다니…), 현실의 나를 잠시 잊어도 좋을 상황이 오면 ‘조금 더 괜찮은 나’가 되려고 마음껏 노력해 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우린 저마다 부끄럽고 아쉬운 기억들을 가졌지만, 죄가 아닌 다음에야 언제 그랬냐는듯 ‘더 멋진 나’로 살아가려고 하지 않나 싶고. 그리고 ‘더 멋진 나’처럼 살아본 기억은 실제로 ‘더 멋진 나’가 되게 해줄테니 말이다. 티모테처럼 벽지 너머의 세상까지 가보진 못하더라도, 무언가를 무릅쓰고라도 나를 넘어서려는 노력은 우리를 더 크..
데이비드 맥컬레이 글, 그림. 김서정 옮김. 북뱅크. 오늘부터 내가 읽은 책 중에서 가장 다정한 책은 가 되었다. ‘할 수 없이’ 새 둘레를 치웠던 안젤로의 “할 수 없군.”으로 시작된 세상 가장 다정한 동행. 좋아했던 일, 평생 건물을 살려내는 일을 했던 안젤로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픈 새를 살려낸다. 새를 위해 ‘할 수 없이’ 했던 다정한 일들은 또 얼마나 다정한 그림으로 표현되었던지, 책장을 넘길 때마다 한참을 보게 되었다, 마지막 그림까지… 그리고 엄마를 생각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우리는 개를 기르지 않았다. 아버지가 투병을 시작한 후 아픈 얼룩이를 보살펴 줄 사람이 없어 결국 아는 시골집에 얼룩이를 보내야 했던 엄마는, 개를 기르는 대신 죽어가거나 버려진 개가 보이면 데려와 마지막까지 보..
안소근 지음. 성서와함께. 하느님의 얼굴을 찾는 여정인 구약 종주와 예수님과 함께 걷는 여정인 신약 종주. 통독을 하면서 함께 읽느라 속도는 느렸지만, 도움을 많이 받았다. 개인적으로, 성경에 대한 지식과 묵상을 이렇게 잘 버무린 책이 또 있겠나 싶다. 간결한 글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고, 무겁지 않은 단어로 깊은 묵상을 이끈다. 신학 편지도 그렇고, 안소근 수녀님 글은 늘 좋다.
어떤 것들은 좋은 땅에 떨어져 열매를 맺었는데, 어떤 것은 백 배, 어떤 것은 예순 배, 어떤 것은 서른 배가 되었다. (마태 13,8) 나는 모든 면이 좋거나 늘 좋은 땅은 아니지만 서툴지만 애써 들이는 노력이나, 부족하고 내키지 않더라도 마음 먹는 선한 지향에 떨어진 그분의 씨앗이 수많은 열매를 맺는다. 그러니 결국 우리는 작은 존재에서, 새들이 와서 먹어도 남을 만큼 풍부한 씨앗을 내는, 돌을 덮을만큼 흙이 넉넉한, 가시덤불에도 불구하고 다른 나무들도 넉넉히 키울 수 있는 좋은 땅으로 차츰차츰 변화할 것이다. 새, 돌, 가시덤불이 없는 땅이 아니라 새가 있어도, 돌이 있어도, 가시덤불이 자라도, 뿌리 내리고 자라서 열매를 맺는 그런 땅. 나를 괴롭히는 수많은 문제들을 탓하며 포기하는 삶이 아니라 그..
악하고 절개 없는 세대가 표징을 요구하는구나! 그러나 요나 예언자의 표징밖에는 어떠한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다.(마태 12,39) 애초 하느님의 자비를 받아들이지 못한 것은 요나였다. 죄지은 이방인까지 용서하고 구해내시려는 하느님이 싫었던 이기적이고 비좁은 신앙. 하느님을 알지만 제 맘에 드는 하느님이길 바랬던 요나, 하느님을 믿지도 알려고도 않고 그저 멋대로 살던 이방인. 하느님은 토라진 요나를 끝까지 구원의 도구로 쓰셨고, 요나도 니네베 사람들도 모두 끌어 안으셨다. 나는 내가 꺼려하는 사람에게 베풀어지는 은총, 달갑지 않은 사람들이 입게 되는 자비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돌아본다. 우리는 아무래도 팔이 안으로 굽고 나의 호불호를 마치 선악으로 착각하지만, 하느님의 자비는 이렇게 모두를 향한다. 어쩌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