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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안젤로 본문
데이비드 맥컬레이 글, 그림. 김서정 옮김. 북뱅크.
오늘부터 내가 읽은 책 중에서 가장 다정한 책은 <안젤로>가 되었다. ‘할 수 없이’ 새 둘레를 치웠던 안젤로의 “할 수 없군.”으로 시작된 세상 가장 다정한 동행. 좋아했던 일, 평생 건물을 살려내는 일을 했던 안젤로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픈 새를 살려낸다. 새를 위해 ‘할 수 없이’ 했던 다정한 일들은 또 얼마나 다정한 그림으로 표현되었던지, 책장을 넘길 때마다 한참을 보게 되었다, 마지막 그림까지…
그리고 엄마를 생각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우리는 개를 기르지 않았다. 아버지가 투병을 시작한 후 아픈 얼룩이를 보살펴 줄 사람이 없어 결국 아는 시골집에 얼룩이를 보내야 했던 엄마는, 개를 기르는 대신 죽어가거나 버려진 개가 보이면 데려와 마지막까지 보살피다가 세상을 떠나면 마당에 묻었었다. 언젠가 피부병을 앓던 까만색 개를 위해 소금물을 조금씩 바르면서 이름도 모르는 개와 눈을 맞추던 엄마. 나는 죽어가는 개들을 오래 기억하게 될까봐 두려웠는데, 엄마는 한 달이든 이삼일이든 내가 학교에 가고 없는 시간에도 개를 보살폈다. 나중에 엄마를 만나러 가면 개들이 무진장 많겠지. 다들 건강한 모습으로 뛰어다니며 나의 엄마와 행복하길. 그리고 헤어지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던 십대의 나를 용서해 주렴.
안젤로가 마지막으로 만든 둥지를 보며, 엄마는 그렇게 엄마의 품에다가 그 아이들을 위한 보금자리를 만들었던 거구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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