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06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깊이에의 강요

우리가 잠든 사이에 본문

달력 한 장

우리가 잠든 사이에

하나 뿐인 마음 2021. 7. 11. 23:21

믹 잭슨 글. 존 브로들리 그림. 김지은 옮김. 봄볕.

언젠가 아주 늦은 밤 210번 도로를 두 시간 넘게 달린 적이 있다. 빅베어에서 캠프 중인 아이들에게 고기를 배달해주고 아픈 아이를 태워 다시 엘에이로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밤이 꽤나 깊었는데도 그 넓은 도로에 나만 달리고 있는 게 아니었다. 한없이 이어질 것 같았던 그 도로에서 내 옆으로 영화의 한 장면처럼 수많이 차들이 지나갔다. 슬쩍 곁눈질로만 봐도 대부분 고단한 몸을 차에 싣고 앞으로 앞으로 달려가는 차들이었다. 이런 밤도 있구나 싶었던 그날, 많은 이들이 잠들었을 그날 의 그 깊은 밤이 생각났다.

이 책은 우리가 잠든 사이에도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을 보여준다.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내가 잠든 사이에도 시계 바늘이 멈추지 않도록 정확하고 성실하게 움직이는 태엽처럼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 내가 편히 밤의 휴식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걱정 없이 아침을 맞을 수 있도록 세상을 이어가는 사람들. 하지만 분명 따뜻하고 훌륭한 이야기를 보았는데도 내 마음은 조금 불편했다. 모르고 살았거나 혹은 모른 척 살기도 했던 때가 있었다는 걸 인정해야 하고 지금도 어느 정도 부끄럽고 미안한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리라.

불가피하게 그순간 이루어져야 하는 일들이 분명 있기에 무조건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들이 있어서 ‘우리의 세상’이 굴러가고 있다는 걸 기억하는 건 분명 꼭 필요한 일일 것이다. 이런 동화책을 보고 읽으며 자라는 아이들은 보이는 것을 넘어서서 생각할 줄 알고 드러나지 않는 것도 염려할 줄 알게 되지 않을까. 도움을 받았을 때, 눈 앞의 결과 뿐만 아니라 미처 다 헤아리지 못한 과정에도 빚을 질 수 있다는 걸 알고 더 많이 감사할 줄 아는 것은 우리 모두의 힘이다. 내가 하루하루 무사히 살아갈 수 있는 것도 나의 최선이 전부가 아님을 알고 주위로 눈을 돌릴 줄 아는 것도 우리 모두에게 힘이 된다. 청소 노동자들이 눈에 드러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화장실에서 끼니와 휴식을 해결하도록 만드는 사회, 장애인들이 함께 활보할 수 없도록 자신들의 자유와 편의만을 외치는 사회,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남을 마음껏 혐오해도 된다고 공공연히 부추기는 사회…는 힘이 없어 언젠가 무너질지도 모른다.

'달력 한 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젤로  (0) 2021.07.22
해방자 신데렐라  (0) 2021.07.13
어린 여우를 위한 무서운 이야기  (0) 2021.06.22
푸른 사자 와니니 3  (0) 2021.06.19
휘슬이 울리면  (0) 2021.06.18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