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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바람의 우아니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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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우아니

하나 뿐인 마음 2021. 6. 15. 16:46

비올렌 르루아 글, 그림. 이경혜 옮김. 곰곰.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산꼭대기의 신비로운 마을. 마을에 대해 떠돌던 숱한 이야기를 사실이라 믿으며 자란 ‘나’는 저절로 산꼭대기를 향하게 되었고, 오를수록 순식간에 모습을 감추던 신비로운 마을을 찾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산을 올랐다. 저 높은 곳을 올려다보며 눈 덮인 산을 오르는 ‘나’를 보며 아기 때 세례를 받고 내 삶을 둘러싼 그 숱한 이야기들을 믿으며 자라 자연스럽게, 또는 나도 모르게 신비로운 ‘영원’을 향해 걸어간 또 다른 ‘나’를 생각했다. 나 역시 "몰아치는 눈보라에 휩쓸려 가기도 하고, 살을 에는 칼바람에 발이 묶이기도 했다."

길을 잃었구나 싶을 때 발견한, 내 손 안에 들어온 작은 돌 하나... 마침내 그들을 보았고, 그들을 따라갔고, 그들과 어울려 지냈다. "내가 무언가 물어보려고 하면 그들은 가만히 손가락을 입술에 대고 내 주머니에 비밀의 돌을 넣었다." 그리고 점점 무거워지는 주머니...

‘나’의 이야기는 계속 된다. 나의 목소리가 잦아들면 나를 둘러싼 소리들이 내게 온다. "쨍 소리가 날 듯한 추위, 끝없이 펼쳐진 세상의 아득한 속삭임, 이 황량한 곳의 거친 울부짖음 속에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배들의 목소리가 섞였다." 그리고 "바람의 말을 알아듣게 된 우리는 훌쩍 자란 것 같았다.”

마침내 또 다른 시작 앞에 선 내게 들려오는 바람의 속삭임. "여기에 비밀을 내려놓아도 된단다. 그러면 넌 아무 얘기도 할 필요가 없지. 이것에 대해 떠도는 숱한 이야기들 위로 너는 바람처럼 날 수 있게 될 거야.”"

주머니에 고요히 돌을 채우는 법을 배우고, 그 돌을 내려놓는 법을 배우며, 나도 ‘저 멀리(우아니 Uani는 이누이트어로 ‘저 멀리’를 뜻한다.)’를 향해 걷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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