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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백성이 가져오기를 멈추었다. (탈출 36,6) #Tolle_Lege 본문
"주님께서 만들라고 명령하신 일을 하기에 넉넉한데도,
백성들이 많은 것을 가져옵니다."
그래서 모세는 이렇게 명령을 내려 진영에 두루 전하게 하였다.
"남자든 여자든 성소를 위한 예물로 바칠 물품을 더 이상 만들지 마라."
그러자 백성이 가져오기를 멈추었다.
그러나 물품은 그 모든 일을 하고도 남을 만큼 넉넉하였다. (탈출 36, 5-7)
광야를 떠돌던 이스라엘 백성은 하늘에서 비처럼 내려온 만나를 두고 그 날의 것만을 거두어들여야 함을 배웠다. 오늘 나의 필요를 채워주신 분이 내일도 변함 없이 나를 채워주시리라 온전히 믿기 위해서는 눈 앞에 넘쳐나는 만나를 더 이상 쌓아두지 않아야 했다. 그리고 하느님 말고 다른 것에 기대지 않는 '갈림 없는 마음'은 이스라엘 백성에게도 필요하지만 그들을 이끌고 갈 모세에게도, 오직 제사에만 몰두해야 하는 사제들에게도 필요한 신앙이었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반드시 필요하다. 넘치려는 순간 망설임 없이 멈춰서는 용기. 오늘을 채우시는 분께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내일을 텅 비워야 하는 법이다.
돌아보니 내 삶도 그랬다. 백성이 가져오기를 멈추어도 남을 만큼 예물 봉헌이 넉넉했던 것처럼(7절), 드릴 게 도통 없구나 싶고 내 영혼이 자꾸만 바닥을 드러낼 때 조용히 나를 불러주신 아버지 사랑이 과분했고, '차라리 아들을 키우는 게 낫겠다' 하실 정도로 무뚝뚝하기 그지없는 나를 구김살 없이 길러주시며 생명을 통째로 내어주신 내 부모님 사랑도 과분했고, 수도자로 살아가면서 신자들로부터 받는 사랑도 과분하다.
내 잔이 넘치옵니다, 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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