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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그 땅의 주민들을 너희 앞에서 쫓아내지 않으면...(민수 33,55) #Tolle_Lege 본문

Tolle Lege

그 땅의 주민들을 너희 앞에서 쫓아내지 않으면...(민수 33,55) #Tolle_Lege

하나 뿐인 마음 2017. 2. 6. 22:19


너희가 그 땅의 주민들을 너희 앞에서 쫓아내지 않으면, 

너희가 남겨 놓은 자들이 너희 눈에 가시가 되고 너희 옆구리에 바늘이 되어, 

너희가 살아갈 그 땅에서 너희를 괴롭힐 것이다. (민수 33,55)


수행자는 강을 건넌 후 타고 온 배를 태워버려야 한다는 말이 있다. 사다리를 타고 절벽에 올랐으면 사다리를 넘어뜨려야만 그 수행을 비로소 시작할 수 있다는 말과 같은 뜻이다. 길 떠나는 사람은 돌아올 여지를 남겨선 안 되는 법.


제때 처리하지 못한 어릴 적 상처와 감정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끊임 없이 되살아나서 현실을 왜곡하고 제때 치유하지 못한 질병이 평생 그 사람을 약하게 만들 듯, 버려야할 때 버리지 못한 악습과 끊어버리지 못한 잘못된 욕심들, 정리하지 못한 인간 관계가 우리를 망치고 괴롭힌다. 이스라엘 백성들 역시 가나안 땅에 정착하여 하느님의 백성으로 살아가기 위해선 끊어버리고 정리해야할 것들이 있었다. 하느님을 찾지 않고 이방신에 의지하며 살아가던 사람들을 그대로 남겨 둠으로써 그들이 섬기던 이방신과 함께 살아가고 섬기며 그들의 행동관습과 사고방식을 받아들이고 그들과 혼인하게 될 것은 불보듯 뻔한 일. 인간의 약함을 너무나도 잘 알고 계셨던 하느님은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 모든 여지를 애초에 남겨두지 말라고 하신 것이다. 이처럼 안되는 줄 알면서도 눈 감은 채 조금씩 남겨둔 것들은 나도 모르는 동안 내 삶 구석구석에서 조용히 썩어갈 것이다.


너희가 사는 땅을 더렵혀서는 안 된다. (민수 3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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