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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그래서 내가 그것을 불에 던졌더니 이 수송아지가 나온 것입니다. (탈출 32,24) #Tolle_Lege 본문
내가 그들에게 '금붙이를 가진 사람은 그것을 빼서 내시오.'하였더니, 그들이 그것을 나에게 주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그것을 불에 던졌더니 이 수송아지가 나온 것입니다.
(탈출 32,24)
사람 마음이란 것은 얼마나 약하고 간사한 것인지. 바다를 가르고 음식을 내려주고 바위에서 물도 솟게 해주었건만, 앞장서서 파라오와 대항하고 기적을 일으켜며 그들을 인도하고 잘못을 대신 빌어주며 골치 아픈 분쟁까지 하나하나 해결해 주었건만, 그 며칠 눈에 보이지 않는 동안 그들은 다른 신과 다른 지도자를 찾았다.
실수였을까. 의지도 믿음도 약한 사람이기에, 그저 두렵고 떨려서 기대고 싶었을 뿐 배반은 아니었을까. 하느님도 믿어야 하지만 먹고 살려면 어느 정도 돈도 있어야 하니(도대체 어느 정도!), 성당에 다녀야 하지만 부득이한 친교 모임은 빠지지 않아야 이 세상도 살아갈 수 있으니(부득이한 시간이 하필 주일 그 시간!), 믿음도 중요하지만 어느 정도 공부는 해야 그럭저럭 먹고 살 수 있으니(그럭저럭이 아니라 최고 중의 최고를 바라면서도!) 하면서 우린, 우리 마음 속에 금송아지를 품어 간직하면서 정성껏 닦고 광도 내고 어쩌면 정교하고 우아한 새김무늬까지 넣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 역시 하느님의 나라가 이미 와 있음을 이 세상에서 보여주는 삶이 아니라 그저 하늘과 땅을 오가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세상과 거리를 두는 삶이 아니라 편하고 좋은 것만 택하고 불편한 세상을 나 몰라라 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스도를 향한 나 자신의 전적인 봉헌이 아니라 타인의 봉헌으로 내가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던졌더니 저게 나왔더라는 말은, 바로 내 안에 도사리고 있던 것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내가 모호하게 여기고 있다 하더라도 마음 안에 품고 살면 이미 그것은 구체적인 것이다. '순간의 나'가 '지금의 나'를 형성하듯 순간순간 내가 품었던 부정적인 생각들, 잠시나마 흔들렸던 선택들이 조그만 금붙이들이고, 굳이 내가 던지지 않더라도 누군가가 불에 던져버리는 순간, 거대한 황금 수송아지로 변해버릴 수 있는 것이다.
오늘을 잘 살기 위해, 매일매일 일용할 양식을 청하며, 매일을 주님 뜻 안에서 걸어가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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