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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힘없는 이라고 재판할 때 우대해서도 안된다. (탈출 23,3) #Tolle_Lege 본문

Tolle Lege

힘없는 이라고 재판할 때 우대해서도 안된다. (탈출 23,3) #Tolle_Lege

하나 뿐인 마음 2017. 1. 21. 22:08


너희는 다수를 따라 악을 저질러서는 안 되며, 재판할 때 다수를 따라 정의를 왜곡하는 증언을 해서는 안 된다. 

또 힘없는 이라고 재판할 때 우대해서도 안 된다. (탈출 23,3)


이스라엘 백성을 하느님의 백성으로 다듬으시기 위해, 함께 살면서 서로를 위해 지켜야 할 법을 알려 주시는 부분을 읽고 있다. 운명공동체가 서로를 위해 지켜야 하는 일종의 사법이나 사회법 같은 내용이다. 하나 마나한 이야기 같은 지침도 있고, 이런 것까지? 싶은 내용도 있지만 살다보면 별의별 일이 다 생기는 법이고 개인 양심이나 상황판단 기준도 워낙 천차만별이니 수많은 해석을 낳는 기준보다는 세세한 규칙을 정해두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성경을 읽다가 뒤통수를 맞은 듯 충격적으로 다가온 구절 중 하나가 이 구절이다. 레위기에선 가난한 이라고 표현되는데( "너희는 재판할 때 불의를 저질러서는 안된다. 너희는 가난한 이라고 두둔해서도 안 되고, 세력 있는 이라고 우대해서도 안 된다. 너희 동족을 정의에 따라 심판해야 한다."(레위 19,15)) 가난하고 약한 사람만을 사랑하시는 게 아니라는 이 새삼스러운 말씀이 언제부턴가 내 마음에 자리잡고 있다. 어느 한 사람 혹은 부류를 두둔하지 말라는 말씀, 정의에 따라 심판해야 한다는 말씀은 '예외 없는 사랑으로 함께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는 것이 정치만의 문제가 아니라 종교의 문제요, 그냥 우리가 살기 위해 풀어야 할 문제라는 것이리라.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을 끊임 없이 만나고 대화하면서 공동체를 이루면 살아가야 하는 몸인지라 살아가면서 많이 배우게 된다. 또한 더 깊이 생각하지 않고 더 넓게 받아들이지 않고 좁은 식견으로 무심코 한 행동들이 그동안의 나를 형성하고 있었음을 종종 반성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나 자신에게, 몰랐다라고 말하지 말고 미처 알려고 애쓰지 않았다고 말하자고 충고한다. 


나도 사람인지라 실수를 많이 한다. 정말 몰랐었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더 배워야 하고 책도 읽으며 스스로라도 더 깨쳐야 한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몰랐던 것이 아니고 생각 없이 행동했고, 내 말이 가져올 결과를 고려하지 않았던 적이 대부분이다. 쉽게 말해 신중하지 못했고 평소 관심을 갖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강한 것이 잘못이고 약한 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불의한 방법을 통해 강해진 이들과 그들이 약한 이들을 불공평하게 대하고 사지로 내몰게 되는 사회 구조, 강해지기 위해 거짓과 타협하고 불의에 눈감는 것이 통용되는 도덕적 불감증이 부끄러운 것이다.  성경은 강한 이들은 약해지고 약한 이들은 강해지는 세상이 아니라 강한 이들도 약한 이들도 올바르게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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