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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알랭 드 보통 지음. 김한영 옮김. 은행나무. 환자 심리에 관한 강의에서 추천해 주신 책인데, 처음에는 어쩌다가 내가 이제서야 이걸 읽었을까 싶다가, 그때가 아니라 지금 읽는 것이 얼마나 더 다행인가 싶을 정도로 잘 읽었다 싶은 책. 알랭 드 보통의 책도 오랜만이지만('뉴스의 시대' 이후 처음이다.), 뭐랄까 여태까지의 직관적이고도 단순 명료한 제목에 비해 이 제목은 어떤 식으로든 '낚지 않겠다(=속이지 않겠다)'가 느껴진달까. 읽고 나니, '낚지 않겠다'는 이 의도 가득한 제목은 그가 보여주고 싶은 결혼이라는(혹은 인생이라는) 현실에 있어 아주 중요한 주제였다. 다리도 다친 상태라 혼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고, 마음이 이래저래 약해져 있는 상태라 내 마음을 잘 들여다보고 다독일 필요까지 있던 때..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 그가 “주님, 제가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하였다. (루카 18,41) “주님, 제가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이제는 시력보다 시선을 되찾고 싶다. 내 시력만 믿고 이것저것 다 쳐다보고 제대로 본 것이리라 확신하며 살기보다, 선한 시선을 보내고 따뜻한 시선으로 살피고 상대를 위해 때론 시선을 거둘 줄도 아는. 오랜 만에 카드 만드느라 색연필을 깎다가 깎여나간 부스러기들도 얼마나 아름다운가 싶었다.

그날 옥상에 있는 이는 세간이 집 안에 있더라도 그것을 꺼내러 내려가지 말고, 마찬가지로 들에 있는 이도 뒤로 돌아서지 마라. (루카 17,31) 옥상에 있으면서도 세간을 갖추려 하고, 드넓은 들판에 서서 미련을 품어서야 되겠나. 지금에 충실하고 지난 것은 흘려보내자. 아파서만이 아니라, 내 삶은 어쩌면 종말을 사는, 매일매일이 ‘그날’인 삶인데, 어찌 그리 갖추려 들었나. 광활한 자유 안에 있으면서도 자꾸 뒤돌아 보았나… 아픈 다리 끌어 안고 나를 돌아본다.

원1: (멋쩍게 웃으며) 안녕하세요?환1: 네, 안녕하세요? 원2: 다리는 좀 어떤가요? 불편하고 많이 아프시지요? 환2: 부러진 곳은 아직도 욱신거려요. 아프면 진통제를 먹고, 또 다리를 올려두고 좀 쉬려고 해요. 처음이 아니라서 불편한 일들을 해결하는 건 예전처럼 막막하진 않은데, 해야 할 일들도 있고 어쩔 수 없이 마냥 받아야 하는 도움도 많으니까 미안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해요. 답답한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인 거 같아요. 원3: 주로 어떤 것들이 답답한가요? 환3: (생각하는 듯) 서로의 처지가 다르니 거기에서 오는 ‘거리감’ 같은 게 힘들어요. 제가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어려워하거든요. 어쩔 수 없을 때 슬프고 외로운데 이 거리감도 어느 정도는 어쩔 수 없는 것들이라서요. 말을 하자니 내가 ..

김소윤 장편소설. 은행나무. 그동안 꼭 한번 봉헌된 정난주 성당을 보고 싶었는데 이번 성지순례 때 다녀왔다. 그곳 신부님으로부터 이 책을 받았고, 가슴에 품은 채 대정성지를 방문해 그 묘 앞에서 기도를 바쳤다. 다리를 또 다쳤다. 무척 좋았던 성지순례지만, 밤 열시가 넘어 도착해서 고단한 몸으로 잠마저 부족한 채로 새벽미사를 나가다가 계단을 헛디뎠다. 아찔한 두려움은 잠시, 아, 통증이 예사롭지 않았다. 도대체 몇 번째 골절인지. 며칠 동안 도저히 끝이 안 난다는 생각에 머리도 마음도 너무 복잡했다.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어 책을 집었지만 집중이 잘 안돼서 짧게 끊어가며 정난주 마리아의 삶을 따라갔다. 읽을 때보다 사이사이 여운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남은 시간을 채웠다. 정난주를 끝까지 살게 ..

천선란 소설집. 아작. 틀이 없는 사랑. 혹은 틀을 부수어야만 가능한 사랑. 내가 누군이지를 생각하는 사랑이 아니라 ’네‘가 누구인지를 생각하는 사랑 이야기. 다 좋았지만 은 특히나 더. 너는 남자가 될 거야, 민혁이를 사랑하는 동안

조승리 에세이. 달. 사람에게는 시간이 쌓여 얻어지는 지혜가 있고 아픔이 켜켜이 쌓여 건져지는 현명도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래서 나이만으로 어른이 될 수도 없지만, 아팠다 해서 누구나 잘 무르익는 것도 아니라 생각한다. 또한 자신 앞에 자꾸만 놓이는 장애물들을-비록 원치 않는 것이라해도- 하나하나 넘어온 사람들만이 얻게 되는 명석함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조승리 작가의 이 명석함은 시간도 아니고 아픔 만도 아니겠다 싶었다. 살수록 진솔한 사람에게 존경을 품게 된다. 책을 읽으며 작가를 따라 내 마음도 속속들이 들여다 봤다. 그래,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는 거지, 그렇지.

하느님의 나라를 무엇에 비길까? 그것은 누룩과 같다.어떤 여자가 그것을 가져다가 밀가루 서 말 속에 집어넣었더니, 마침내 온통 부풀어 올랐다. (루카 13,21)하느님의 나라는 자신이 아니라 남을 부풀게 한다.겨자씨 자라나 다른 새들이 깃들게 하듯, 혼자만 커지는 게 아니라 남을.혼자 멋지게 부풀어 오르는 누룩이 되는 삶이 아니라, 밀가루 속에 들어가 밀가루와 함께 부풀어 오르는 삶.나는 부풀지 않고 남만 부풀리는 삶이 아니라, 나도 남도 함께 부풀어 오르는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