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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64)
깊이에의 강요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搭) 위에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 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 한용운 -
사람이하늘처럼맑아 보일 때가 있다. 그 때 나는그 사람에게서하늘 냄새를 맡는다. 사람한테서 하늘 냄새를 맡아본 적이 있는가.스스로 하늘 냄새를 지닌 사람만이 그런 냄새를 맡을 수 있을 것이다.[출처] 하늘 냄새 - 법정 스님|작성자 찹쌀떡 - 법정 스님 -
때로는 흔들릴 때가 있습니다 ... 롱펠로우 삶에 대한 가치관이 우뚝 서 있어도 때로는 흔들릴 때가 있습니다 가슴에 품어온 이루고 싶은 소망들을 때로는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긍정적이고 밝은 생각으로 하루를 살다가도 때로는 모든 것들이 부정적으로 보일 때가 있습니다 완벽을 추구하며 세심하게 살피는 나날 중에도 때로는 건성으로 지나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정직함과 곧고 바름을 강조 하면서도 때로는 양심에 걸리는 행동을 할 때가 있습니다 포근한 햇살이 곳곳에 퍼져있는 어느 날에도 마음에서는 심한 빗줄기가 내릴 때가 있습니다 따스한 사람들 틈에서 호흡하고 있는 순간에도 문득, 심한 소외감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행복만이 가득 할것 같은 특별한 날에도 홀로 지내며 소리없이 울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재미난 영..
내 가슴은 늘 세상의 아픔으로 멍들어야 한다 멍이 꽃이 될 리 없다 그러나 진정한 사랑으로 나는 늘 세상의 고통 속에 있어야 한다 그럴 나이가 되었다 꽃이 없어도 될 나이 생각과 행동에 자유와 평화로움을 얻을 때가 된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 어떤 것에도 아쉬워해선 안 된다 훨훨 나는 창공의 새를 보아라! 평생 물을 보며 살았지 않느냐, 물 같아야 한다 강물같이 도전해야 한다 생각이 흐르는 강물처럼 평화롭고 공평해야 한다 그리하여 나의 가슴은 세상의 아픔으로 늘 시퍼렇게 멍들어야 한다 그푸르른 멍은, 살아 있음의, 살아감의, 존재 가치의 증거가 아니더냐 -김용택-
정호승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겨울강 강언덕에 눈보라 몰아쳐도눈보라에 으스스 내 몸이 쓰러져도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강물은 흘러가 흐느끼지 않아도끝끝내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어쓰러지면 일어서는 갈대가 되어청산이 소리치면 소리쳐 울리
정호승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일은 옳지 않다 폭풍을 두려워하며 폭풍을 바라보는 일은 더욱 옳지 않다 스스로 폭풍이 되어머리를 풀고 하늘을 뒤흔드는 저 한 그루 나무를 보라 스스로 폭풍이 되어폭풍 속을 나는저 한 마리 새를 보라 은사시나뭇잎 사이로폭풍이 휘몰아치는 밤이 깊어갈지라도 폭풍이 지나가기를기다리는 잃은 옳지 않다 폭풍이 지나간 들녘에 핀한 송이 꽃이 되기를 기다리는 일은 더욱 옳지 않다.
정호승 풀잎은 쓰러져도 하늘을 보고꽃 피기는 쉬워도 아름답긴 어려워라시대의 새벽길 홀로 걷다가사랑과 죽음의 자유를 만나언 강바람 속으로 무덤도 없이세찬 눈보라 속으로 노래도 없이꽃잎처럼 흘러흘러 그대 잘 가라그대 눈물 이제 곧 강물 되리니그대 사랑 이제 곧 노래 되리니산을 입에 물고 나는눈물의 작은 새여뒤돌아보지 말고 그대 잘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