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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023/01/18 (2)
깊이에의 강요
김훈. 문학동네. 도마야, 악으로 악을 무찌른 자리에는 악이 남는다. 이 말이 너무 어려우냐? 네가 스스로 알게 될 때는 이미 너무 늦을 터이므로 나는 그것을 염려한다. 무엇이 정말 옳은 일인지, 무엇이 정말 필요한 일인지... 우리는 과연 알 수 있을까. 알게 되었다 해도 그것이 과연 정답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문장 하나를 건지긴 했지만 사실 가장 마음에 많이 남아 있는 건, '차마 그 말을 하지 못했다'는 문장이다. 안중근은 소설에서 거듭해서 생각하고 수도 없이 판단하고 수시로 판단했지만, '그 말을 하지 않았다'는 문장은 반복해서 나왔다. 치열한 심사숙고였어도 말이 되어 드러나는 건 일부일 뿐. 말이 되지 못한 다짐과 숙고와 짐작들로 우리네 내면이 채워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단단하게, 속속들이.....
그들의 마음이 완고한 것을 몹시 슬퍼하시면서 그 사람에게, “손을 뻗어라.” 하고 말씀하셨다. 그가 손을 뻗자 그 손이 다시 성하여졌다. (마르 3,5) 아픈 사람이 있었고, 예수께서 먼저 그를 불러내시고, 손을 뻗을 수 있도록 말씀하시고, 그가 스스로 손을 뻗어, 다시 나았다. 당신을 고발하려는 걸 알면서도 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고쳐주시기 위해 “손을 뻗어라” 말씀하시는 예수. 두렵고 떨리지만 자신을 둘러싼 악의적 분위기를 이겨내고 결국 예수님께로 손을 뻗은 사람. 율법과 관습을 뛰어 넘어 인간을 보듬으시는 예수. 아픔과 두려움을 뛰어 넘어 예수께로 가는 인간. 이것은 기도이다. … 오전에 마무리했던 묵상이 오후에 다시 이어졌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구원하고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청하는 것이 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