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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019/08 (18)
깊이에의 강요
송미경 글. 조미자 그림. 스콜라. 떠드는 아이들 시리즈 중 ‘이상한 아이가 전학왔다’는 재밌게 봤는데 이 동화는 내 타입은 아닌 거 같다... 어른들이 한심하게만 나오는 것도 불편하고.
친구들, 지난 한 주간도 잘 보냈나요? 벌써 개학을 한 언니 오빠들도 있고 초등부 친구들은 다음주면 학교에 가야할텐데, 개학 준비 잘 하고 있나요? 오늘도 수녀님이 질문을 할 거예요. 복음을 잘 기억하고 있는지... 맞춘 친구들은 미사 후에 수녀님이 과자선물을 하나씩 줄게요^^ 1. 다음 중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은 무엇일까요? 1) 나는 세상에 물을 내리려 왔다 2)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3) 불장난은 하지 말거라. 4) 소화기 사용법은 익혀 두어라. 2.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하신 또 다른 말씀을 찾아볼까요? 1)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 2) 서로 사랑하여라. 3) 꼴찌가 첫째가 될 것이다 4) 깨어 있어라 3. 예수님께서 분열을 일으키려 할 때 사람들은 어떠한 삶을 살고 있었..
오하림 글. 애슝 그림. 문학동네. 나는 거친 문장보다는 오래도록 다듬은 글을 좋아하는 편이라(베껴 쓰고 외워서 읊어도 좋을 글들) 이것만 생각하면 내게 그리 좋은 동화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동화가 들려주고 싶어하는 모든 이야기가 좋았다. 요즘 수녀원 카펠레에서 읽는 책이 ‘무상성’에 대한 내용인데 (사심 없는 사랑의 무상성) 그래서인지 주인공들이 의무나 강요가 아니라, 자신 안에서 사랑을 발견해내는 것이 슬프고 좋았다. 좋은 것은 좋은 것으로, 싫은 것은 싫은 것으로, 마음이 가는 것에 솔직하게 마음을 드러내고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쉽게 판단하지 않는 것. “그 애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나중에 나를 구해주는 사람은, 꼭꼭 아주 많이 좋아해야 하는 거냐고 물었다. 친구 말고, 제일 친한 친구를..
나카가와 히로타카 글. 미로코마치코 그림. 이기웅 옮김. 길벗어린이. 거짓말은 나쁘고 하면 안된다고 말하지 않고, 나는 왜 거짓말을 하려고 하는가를 생각해 보면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보게 하는 책. 시비 판단이 없어 좋구나! 생각이 잘 안 날 때 혼나고 싶지 않을 때 미움받고 싶지 않을 때 슬프게 하고 싶지 않을 때 진짜처럼 보이고 싶을 때 무언가를 지키고 싶을 때 사람은 거짓말을 한다.
미카 아처 글, 그림. 이상희 옮김. 비룡소. 무엇보다도 미카 아처의 그림이 너무나 예뻐서 책을 넘기고 싶지 않았던 책. 유화 물감과 직접 만든! 종이의 콜라주 작품들인데 한 장 한 장 정말 너무 좋았다. 나는 특히 귀뚜라미와의 대화가 좋았는데, 어둑어둑 그림자가 길어지자, 귀뚤귀뚤 소리가 주위에 가득해졌지요. “귀뚜라미야, 너에겐 이게 바로 시구나!” “하루가 저물 무렵의 노래? 바로 그거야, 다니엘.” 후다닥 아처 홈페이지에 들어가 작품 몇 장 얻어왔다. “내 생각엔 저게 바로 시 같아.” “내가 보기에도 그래.”
고정순 그림책. 웅진주니어. 친구 몽이가 생각나서 머뭇머뭇 읽었다. 다 읽고는 친구를 위해, 친구 직장으로 책을 보냈다. 꼭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 책을 읽고, 조금은 마음이 따뜻해졌으면 해서. 새벽에 일어나 아이 밥을 준비하고 눈 뜬 것도 못보고 집을 나서서 한 시간도 넘는 거리를 매일 출근하고 있는 친구 몽이. 어쩌다 새벽에 눈을 뜬 아이가 엄마를 보고는 너무 좋아했는데 엄마는 지금 나가야 한다는 말을 해야했다던 얘기를 했었다. 엄마가 사라질 때까지 조금 더 자야하는 거냐고 물었다던 몽이의 아이 짱구 이야기도. 언젠가 짱구도 이 책을 읽고, 엄마 마음을 엿볼 수 있길 바란다. 내용도 좋았지만, 이 동화는 작가의 말을 남겨두고 싶다. “일터에서 집으로 돌아온 엄마가 부엌에 서서 설거지하는 모습을 바라..
올가 토카르축 글. 요안나 콘세이요 그림. 이지원 옮김. 사계절 출판사. 책을 읽다가, 그림을 보다가, 책 끌어 안고 눈감고 가만히 멈추는 걸 반복했다, 내 영혼이 나를 찾아오길 기다리며.
김인국 지음. 철수와 영희. 사회읽기 시리즈1. 한겨례 신문에 연재했던 칼럼을 모은 책. 공동선이었가, 기쁨과희망이었던가 하여튼 이 신부님 글을 읽고 놀랐었다. 이런 글은 대체 어디에서 나오는가... 하고. 이후 시국미사나 정의구현사제단 이름으로 준엄한듯 하면서도 한없이 따스한 말을 들려주는 이는 대체 누구인가. 누구 탓이라 할 것도 없지만 알면 알수록 조금식 실망이 쌓이는 만남에 오랫동안 실망해 왔었다. 누구라도 붙들고 왜 이리도 중차대한 시기에 눈맑은 스승이 없는지, 글과 손발이 사뭇 다른 종교 지도자는 왜 이리도 많은지, 번번이 양떼를 남겨두고 결국엔 제 갈길로 가버리는 목자들은 왜 또 이렇게 많은지 묻고 탓하고 싶었다. 내겐 남탓할 자격이 누구보다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서운하고 답답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