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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요한 하리 지음. 김하현 옮김. 어크로스. 수련소 시절, 자주 들었던 말 중 하나가 '한 번에 한 가지만 하라'는 것이었다. 기도 시간에는 딴 거 말고 기도만, 휴게 시간에는 휴게만, 일자리 시간에는 일에 집중할 줄 아는 법을 수련소 때 배웠다. 기도가 아무리 좋고 또 하고 싶어도 일하는 시간이나 공부하는 시간에도 기도하려 들면 이도저도 안 된다는, 휴게 시간에 일을 더 하려고 하면 결국 더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다는 말이었다. 처음엔 당연한 말이다 싶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었고 수도삶을 정립해 나가는데 꼭 필요한 일이었다. 글을 쓰는데 제때 쉼표를 찍고 마침표를 찍는 일처럼,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문장을 시작하는 일처럼 그렇게 중요한 일. 책을 시작하고 미밴드를 빼고 다시 시계를 ..
캉탱 쥐티옹 글, 그림. 박재연 옮김. 바람북스. 여느 평범한 하루를 어제처럼 그저께처럼 살다가 문득 깨닫게 된다. 내가 진짜 누구인지, 나의 첫사랑이 시작되었음, 지금부터는 홀로 걸어야 한다는 것... 그 이후로는 나의 낮과 홀로 남은 밤은 다르다. 어떻게 보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평범한 성장기록이지만 조금 쓸쓸했다.
이은경 지음. 보림. 너무 읽고 싶었던 책. 그림이 너무 귀여워서 책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이야기가 너무 흥미진진해서 책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나도 기인 세월 책 덕에, 험한 세상?을 잘 넘었다. 깔깔깔 혹은 꽉꽉꽉 웃어가며 그 지난한 시간을 건널 수 있었다. “뭐가 그렇게 재밌어? 나도 좀 보자.”
울리카 케스테레 글, 그림. 김지은 옮김. 문학과지성사. 소중한 날을 소중하게 보낼 줄 알도록 격려하는 이야기. 소중한 것을 조금은 소란스럽게 준비해도, 소중한 만큼 신나게 즐겨도, 소중하기에 혼자만 간직해도, 소중한 줄 알지만 심드렁하게 기억해도... 자기의 소중한 날로 기념할 줄 알도록. 그렇게 마침표를 잘 찍어서, 다음 문장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 한 장 한 장 너무나 예쁜 그림이라 한 장씩 고이고이 편지봉투를 만들고 싶었다.
밭주인은 포도밭을 아주 정성껏 가꾸었습니다. 포도밭을 일구어 울타리를 둘러치고 포도 확을 파고 탑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좀 이상하게도 손수 이 모든 일들을 할 정도로 공을 들인 포도밭을 소작인들에게 내주고 멀리 떠났습니다. 소작인들을 관리할 사람도 두지 않고 떠났고, 소작인들은 자신의 몫을 가지러 온 주인의 종들을 매질하고, 죽이고, 심지어 돌을 던져 죽였습니다. 처음부터 과감하고 잔인하며 이해불가한 폭력을 행사합니다. 그런데도 주인은 이들을 응징하지 않습니다. 믿음을 거두지 않고 다시 더 많은 종들을 보냈습니다. 주인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이 단순히 소출 이익이었다면 이 일들을 처리하고 소작인들을 바꾸면 될 일인데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자꾸만 믿고 종들을 보내면서 주인과 소작인의 ‘관계’..
엘리자베스 A. 존슨 지음. 김영선·김옥주 옮김. 대한기독교서회. 저자의 후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우리는 물밀듯이 밀려오는 부흥의 파도가 해변에 와서 부서지며 흩어지는 은유로 현대 그리스도론의 발전을 살펴보았다. 우리 세대에 신학은예수 그리스도의 참된 인성을 되찾고 있으며, 그의 구체적인 이야기를 회상하고, 가난하고 억압받는 자들을 위한 해방의 힘을 깨닫고 있으며, 세상의 사람들과 지구 전체를 구원하기 위한 그의 힘의 넓이와 깊이를 연구하고 있다." Consider Jesus. 예수를 깊이 생각하는 이들은 예수 뿐만 아니라 예수가 사랑한 세상도, 예수가 사랑한 사람들 모두도 깊이 생각했다. 사랑을 할수록 사랑이 깊어지고 넓어지듯 신학도 깊이 생각하는 마음과 더불어 그렇게..
장 프랑수아 샤바 글. 요안나 콘세이요 그림. 김지희 옮김. 오후의소묘. 꽃말에서 시작된 이야기. 책을 펼치자마자 자줏빛 튤립, 흰 패랭이꽃, 붉은 작약의 빛깔에, 자태에, 향기에 이끌려 신비로운 동화 속으로 들어간다. 각각의 꽃그림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비밀의 정원에 앉아 있고, 홀린듯 이야기를 읽고 나면 조금 다른 세상에 다녀온 기분이 드는데 그곳의 감각이 한참이나 생생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지음. 디에고 마네티 엮음. 안소근 옮김. 가톨릭출판사.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장으로 있던 시절부터 최근까지 한 강론 중에서 악마와 관련된 내용을 엮은 책이다. 얼마 전 을 보고 난 후, 악마의 실체에 대한 정리를 좀 해두는 것이 좋겠다 싶었고, 역시 교황님 책이 좋겠지 싶어 후다닥 수녀원 도서관에서 빌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말하는 악마의 실체와 악을 이기는 방법’이라는 책 설명에 비해 ‘실체’에 대한 명확한 설명은 부족하다 싶었지만(주제를 정해놓고 작정하고 쓴 책이 아니라, 강론 중에 다룬 내용을 모아 놓은 책이니 그럴 법도 하다.) 우리가 쉽게 간과할 수 있는 유혹들도 교황님 특유의 간결하면서도 분명한 어조로 다루었다. 영화에서 악마가 실체가 아니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