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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부엉이가 내 이름을 불렀네 본문
M.크레이븐 지음. 김정 옮김. 성바오로출판사.
중학교 땐가 읽었던 책.
피정 강의를 듣는 중에 요나수사님께서 언급하시는 바람에 다시 읽었다.
읽었다는 사실만 기억될뿐 내용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으니 처음 읽는 거나 마찬가지인 책...ㅠㅠ
마크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새신부이다.
주교님은 그를 캐나다의 어느 작고 평범한 인디언들의 마을로 파견하고,
마크는 자신의 운명을 모른 채 그곳 사람들과 '삶'을 시작한다.
"자네가 그곳에 가게 되면 협만의 부교에 자네 배를 매는 그 시간부터 마을이 바로 자넬세.
그러나 한 가지 자네가 꼭 알아야 할 일이 있네.
그 사람들은 자네한테 감사하지 않을걸세.
비록 자네가 그곳에서 혼신을 바친다 해도
그 사람들은 자네에게 고마와하지 않을걸세.
크와크왈라 말에는 고맙다는 말이 없다네."
도저히 섞일 수 없는 백인 신부는 사목에 있어서도 백지 상태요,
인생에 있어서도 겨우 몇줄 메워나간 삶을 들고 그들을 찾았다.
하지만 그는 "그는 바치기 위해 이곳에 왔다".
이방인의 신분으로, 백인 사제의 신분으로 그곳을 갔지만
그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는 처지였던 것이다.
그랬기에 그가 그들과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 뿐이었다.
그는 무언가를 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그저 그들과 삶을 나누었다.
이끌기 보다는 가만히 기다렸고,
말을 건네기 보다는 가만히 들어주었다.
이런 마크가 얼마 후 부엉이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는다.
그 부족의 전설에 의하면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부엉이가 그의 이름을 부르는데,
그는 백인 사제가 아니라 그 부족의 가족이 되어
부엉이의 부름을 듣게 되는 것이다.
그의 삶이 끝나갈 무렵 그들은 그를 연어(스위머)라고 불러준다.
먼 바다에서 온 게 아니라,
강에서 바다로 떠나갔다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연어...
"늘 똑같아요. 스위머(연어)의 종말은 늘 슬퍼요."
"키이타, 그건 슬픈 게 아니예요.
스위머의 생을 전체로 보면 용기와 모험에 찬 것이라구요.
그것들은 절정을 향해 갔다가 종말을 맞는 거지요.
스위머가 죽을 때는 그 종말을 위해 자신을 완전히 다 쓰고 멋있게 끝을 맺는 것이니
그건 슬픈 일이 아니예요. 그건 승리랍니다."
그는 몰랐을지도 모른다.
연어처럼 그의 죽음도 승리였다는 걸.
.....마크는 천천히 강을 거슬러 갔다.
사제관 앞에 배를 매고 그는 강가로 물 속을 철벅거리며 걸어갔다.
그는 길이 나 있는 곳까지 검은 모래사장을 터벅터벅 걷다가 멈추어 섰다.
시커먼 가문비니무가 서있는 곳에서 그는 부엉이가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한 번, 그리고 또 한 번.
하루 온종일 마음 속에서 피어오르던 그 의문들이
그의 마음의 문에 닿아 이제 그 문을 연 것이다.
"마르타 할머니, 오늘밤에 참 이상한 일이 있었어요.
강둑에서 부엉이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어요.
처음에는 무얼 묻더니 이내 대답을 받아갔어요."
"그래요, 신부님."
베네딕도회적 선교는 '함께 사는' 것이다.
2012.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