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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원더보이 본문
김연수 지음. 문학동네. 난 김연수가 좀 좋더라고...풋. 도서관을 몇번이고 들락거리며 겨우겨우 구해 읽었다.
"1984년, 아버지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한 열다섯 살 소년 정훈. 사망한 아버지는 남파간첩의 차량을 향해 뛰어든 애국지사가 되고,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정훈은 사람들의 속마음을 읽는 능력을 갖게 된다. 그때부터 정훈에게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취조당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기 위해 고문실에 들어가야 했던 재능개발실에서 도망친 정훈은 세상에서 제일 화염병을 잘 던진다는 선재 형, 자신 때문에 첫사랑이 죽었다고 생각해 남장을 하는 강토 형, 작은 출판사를 운영하는 해직 기자 출신의 재진 아저씨 등을 만나게 되는데…." 요기까지는 다음 책소개에 나오는 글이고...
마음을 읽는다는 설정은 사실 많은 소설이나 영화에서 사용된 설정이다. 하지만 어린 소년이 어른들의 마음을(물론 또래 사내아이의 마음을 읽기도 하지만) 자신만의 상처을 곱게 싸서 간직한 채 살아가는 어른들의 마음을 어린 소년이 읽고 공감하며 고스란히 그 감정을 상대에게 되돌려줘서 조금씩 상처를 아물게 한다는 설정은 (내게 있어선) 처음이다.
원더보이는 그저 느끼고 소년답게 반응한다. 적당히 무관심하고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애정만은 간직한 마음 덕에 자가치유를 하게 되는 어른들.
원더보이가 누군가를 통해 보게 되는 세상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 어떤 세상인고 하면, 쑤시고 아리고 쓰라리고 구리고, 떼꾼하고 쉬지근하고 저리고 씁쓸하고, 또 파리하고 군시럽고 메마르고 찌뿌둥한 세상"이지만 그 해결책이란 건 병을 달고 산다는 말도 있잖아. 병도 생명의 일부야." 처럼 저항보다는 수용에 있었다.
강토 형은 누구이며, 무엇을 원하며, 지금 그에게 없는 것은 무엇인지, 고스란히 전해졌다. 두 개의 슬픔이 합쳐졌으니, 고통받아야 마땅했지만 그 순간 나는 위로받았다." 하지만 슬픔을 느끼고 자신을 보듬을 여유조차 없었기에 타인의 마음을 읽어가며 자신도 모르게 자신 안에 켜켜이 쌓여있던 슬픔을 조금씩 느끼기 시작한다. 그때그때 느끼게 되는 슬픔(여러 감정이 있었겠지만 난 굳이 슬픔이라는 단어 안에 다 포함하고 싶다.)에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열던 원더보이.
치유가 어느정도 끝나갈 무렵 그의 초능력은 점점 사라진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은 나를 외롭고 가난한 소년으로 만들었다."
책장을 덮으며 원더보이에게 조용히 건넨 나의 독백. "나도 그래. 무겁게 내려누르던 슬픔을, 그게 슬픔인지도 모르고 살아가다가 조금씩 조금씩 누군가에 의해 가끔은 누군가를 위해 조금씩 드러내보이기 시작했고 어느덧 나의 슬픔은 사람을 향해 나아가는 문이 되고 다리가 되었어..." 덧붙이고 싶은 김연수의 한 말씀! "멀리 지구 바깥에서 바라보면 혼자 이불을 뒤집어쓰고 우는 사람도, 너무 힘들어 고개를 숙인 사람도 끝이 없이 텅 빈 우주공간 속을 여행하는 우주비행사들처럼 보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어떤 일이 있어도 이건 멋진 여행이 될 수밖에 없다. 누구나 한번은 다른 누군가를 사랑할 테니까, 우리는 다들 최소한 한 번은 사랑하는 사람과 우주 최고의 여행을 한 셈이니까" "이게 고통과 슬픔을 받아들이는 나의 방식이다." |
2012.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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