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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오늘의 예수 본문
앨버트 놀런 지음. 유정원 옮김. 분도출판사.
예수의 영성은 철두철미 당대 상황이라는 맥락에 근거해 있었다. 예수는 자기 시대의 징표를 읽고 제자들에게도 똑같이 시대이 징표를 읽도록 가르쳤다. 우리도 정직하고 성실하게 이 시대의 징표를 읽기 시작하면서 예수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이기적 에고는 자기 자신 말고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고, 자신의 필요와 자기만족만을 갈구한다. 연민이나 공감이 완전히 결여된 에고는 타인에게 유난스레 잔인할 수 있다. 자만과 이기심이라는, 사랑 없는 에고 때문에 우리는 타인을 고통이 빠뜨리는 인간이 되어 간다.
인간의 에고는 집단 이기주의와 지배 구조 형태를 취하기도 한다. 권력을 갈망하는 것은 무력을 써서라도 에고로 세계르 지배하려는 시도다. 돈에 대한 갈구는 에고의 만족할 줄 모르는 소유욕을 드러내 준다. 제도나 조직들은 이 목적을 달성하려는 수단이다.
고통스러운 체험, 우리 자신이 느끼는 고통과 우리 습관으로 말미암아 타자가 느끼는 고통만큼 정직하고 설득력 있게 우리 삶의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또 있을까?
예수는 정치적 혁명보다는 깊은 영적 회심을 요청하는 사회적 혁명에 관심이 있었다. 정치적 혁명이 정권 교체를 통해 사회의 권력관계를 바꾸는 것이라면, 사회적 혁명은 사람들 사이의 사회적 관계를 뒤집는 것이다. .... 그리하여 권력 구조를 발가벗기는 데 주목한다.
"불행하여라. 너희 부유한 사람들!"(루카 6,24) 부자는 불쌍한 자들이다. 그들은 모든 것을 공유하는 미래의 하느님 나라에서 살기가 매우 힘들어지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오늘날에도 부자들은 축복 못 받고 가장 불행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왜일까? 인류가 살아남는 유일한 길은 부자들이 생활수준을 낮추고 다른 이들과 부를 나누는 데 있기 때문이다. 부자들에게는 무척 어려운 일일 것이다.
예수에게 중요한 것은 사람들과 그들의 요구였다.
하느님의 다스림은 위로부터 내려오는 것이 아니다.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 죄인들, 쫓겨난 이들, 갈릴래아의 비천한 이들에게서 솟아나오는 것이다. 그들은 서로 돌보아 주고, 공감하고, 보호해 주고, 가진 것을 나누는 형제자매다.
예수가 제시한 새로운 가족은 온 인류의 왕국 같은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적을 포함하여 인류 전체를 사랑하면서 그들 모두를 형제자매로 대해야 하지만, 새로운 공동체는 '서로 사랑하는' 이들로 구성된 가족이다. 적이 우리를 미워하고 저주를 퍼붓는다면, 그는 스스로를 하느님의 새 가족에서 제외시키는 것이다.
예언자는 남들이 침묵할 때 외치는 사람이다. 그들은 사회와 나라와 종교 제도를 비판한다. 참된 예언자는 남들이 다 침묵하더라도 제 나라 사람들과 지도자들의 행태에 맞서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예언자와 권력 체제 사이에는 긴장과 갈등이 있기 마련이다.
하느님과의 일치 없이 정의와 사회변혁을 외치는 예언자가 될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똑같은 맥락에서 시대의 불의를 거침없이 비판하지 않고도 바람직한 신비가가 될 수 있다는 생각도 어불성설이었다.
예수처럼 정직하고 성실해지려면 인간적 고통이라는 공포를 온전히 직면해야 하고, 세상에는 무지막지하게 잔인한 사람도 많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면에서 예수에게는 환상이 없었고, 그가 이런 현실을 경시했다는 증거도 없다. 예수는 고통당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연민으로 가득했으며, 온갖 잔인함과 사악함을 혐오했다. 그러면서도 기쁨에 찬 감사의 마음을 지니고 있었다.
하느님께 목매다는 사람들이 있다. 상처가 깊은 그들은 기댈 곳을 찾으며 하느님을 지팡이로 삼는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고, 이들에 대한 동정심을결코 버려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더 나은 길이 있다.
2012.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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