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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죽기 살기로 성경읽기 본문
김영표 지음. 규장.
"이것이 진짜 나의 모습이구나. 이것이 나의 실체구나.
완전한 이중인격자, 완전한 사기꾼, 이것이 나의 모습이라니!
그렇다고 주님을 사랑하지 않은 것은 아닌데,
주님을 정말 사랑했기에 여기까지 온 것인데,
다른 길로 갈 수도 있었지만 주님을 사랑했기에 이 길을 걸어온 것인데..."
"나는 주님을 높이기 위해 주님을 품기 위해 더욱 전심으로 말씀을 읽었다.
그런데 주님을 높이고 품는 것을 말씀 읽기로만 제한시켜버리는 오류를 범했다.
'말씀과 기도'라는 분명한 아버지의 전략이 있었는데 말이다.
내 마음 가운데 임하시는 아버지의 마음.
'이제는 말씀을 읽는 것과 함께 기도로 나를 높이고 나를 품어라.
받은 말씀이 네 삶의 결론이 되도록 죽기 살기로 치열하게 기도하여라.
네가 받은 말씀을 결론으로 삼고 내게 부르짖어라!
그리하면 내가 응답하겠고 내가 너를 더욱 높이 들리라.
내가 너를 더욱 영화롭게 하리라.
너를 통해 나를 영화롭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렇게 나는 받은 말씀을 고스란히 올려 드려야 함을 깨달았다."
수련기부턴가 난 매일 복음필사를 했었다. 나름 묵상노트 정리도 열심히 했고
통독도 꼬박꼬박 하려고 노력했고, 여튼 그랬다.
입원해서 병원에 있을 때도 필사 노트를 들고 가서 적어내려가는 날 보고서
콘솔라타 수녀님은 그때부터 툭하면 나를 칭찬하셨다.
말씀 안에서 힘을 얻는 수녀라며
만날 때마다, 카드를 보내주실 때마다 나를 믿어주시고 응원해주셨다.
그래서 난 내가 정말 '말씀 안에서 힘을 얻는 수도자'인줄 알았다.
정말 그랬는지도, 아니 그땐 정말 그랬다.
하지만 그 칭찬에 갇힌 나는
말씀에 대한 열정이 식어가면서도.
더이상 말씀이 나를 변화시키지 못하시도록 마음의 문을 서서히 닫았으면서도
여전히 내 자신이 '말씀에서 힘을 얻는 수녀'인줄 알았던 것이다.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었다.
다른건 몰라도 말씀 앞에선 최선을 다했다고 말이다.
하지만 최선이라는 말에도 숨을라치면 얼마든지
위선이, 합리화가, 이기심이 숨을 수 있는가.
최선을 드린다 했지만
전부를 드리는 건 애초부터 마음먹지 않았던 것은 아닌가.
하느님과의 관계에 있어서 최선이라는 말은
진리 옆에 아주 근소한 차이로 숨어있는 거짓진리였다.
2011.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