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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풀이 눕는다 본문
김사과 장편소설. 문학동네.
"나 어젯밤에 그런 생각을 했어. 나는 언제까지 그림을 그리게 될까.
아무도 알아주지 않으면 그만두는 게 낫겠지.
근데 아아주는지 아닌지 어떻게 알지?
니 말대로 내 그림이 괜찮다면, 하지만 그걸 아무도 몰라줄 수도 있잖아.
아니 그럴 가능성이 훨씬 더 많지 않을까. 그럼 어쩌지? 계속 그려야 해?
난 왜 그림을 그리는 걸까? 한참 고민하다보니까, 생각이 났어.
아름다운 걸 보면 그리고 싶어지니까. 그렇잖아.
아름다운 것들은 좋은 노래 같아서 자꾸 생각나고 따라 부르게 돼.
그게 내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야. 그리고 난 그게 너무 좋아.
어, 발에 딱 맞는 좋은 구두를 신은 느낌이야. 맞아, 맞아, 맞아.
마음속에서 그렇게 말해. 맞아, 맞아. 계속 말해.
그럼 나는 달려가. 끝까지 달려가. 어-. 내 말은 그러니까......
어-, 그러니까.....
난 계속 그림을 그릴 거야. 누가 알아주거나 말거나 계속 그릴거야.
난 계속 그릴 거야. 이건, 결심이 아니야. 그냥 아는 거야.
난 그릴 거야. 아름다운 것들을 계속 볼 수 있다면.
내 마음이 계속 노래를 부르면 난 계속해서 그릴 거야."
"그러니까 돈 따위가 우리의 사랑을 파괴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것,
사랑 안에서 굶어 죽겠다, 아름답게.
그게 내 꿈이었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도, 사랑한다는 것도, 굶어 죽는다는 것도,
시를 쓴다는 것도...결국은 하나다.
다만 너희가 말하는 그림을 그린다는 것, 사랑한다는 것, 굶어 죽는다는 것,
시를 쓴다는 것과 다를 뿐이다.
처음 만난 김사과. 그녀가 내 옆에 있다면
말없이 그녀의 옆자리를 지켜주고 싶다.
201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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