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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섬김의 자세 본문

아무것도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보다 더 낫게 여기지 말라

섬김의 자세

하나 뿐인 마음 2020. 6. 19. 11:57

형제들은 서로 섬길 것이며(RB 35,1), 사랑으로써(RB 35,6), 불평이나 지나친 노고 없이 자기 형제들을 섬기게 할 것이다(RB 35,13).
베네딕도 성인은 주방의 주간 봉사자들(35장)과 주간 독서자(38장)에 대한 장에서 '섬김'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했다. 수도 공동체는 서로가 서로를 섬긴다. 그리고 이 섬김은 병든 형제들과 있을 때 더 완성된다. "모든 것에 앞서 모든 것 위에 병든 형제들을 돌보아야 한다."(RB 36,1) 연약한 이, 아픈 형제들에 대한 연민이 특히 더 지극한 성인은 병든 형제들을 섬길 때 '그리스도께 하듯이'(RB 36,1), 두 번이나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라'고(RB 36,6. 7) 한다.

형제들을 섬기는 일에 있어 어떤 마음가짐이이어야 하는가.
"당번에서 물러가는 사람과 당번에 들어올 사람은 다 같이 모든 이들의 발을 씻겨 줄 것이다."(RB 35,9) 성인은 요한 13장을 떠올리며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셨던 것처럼 봉사자들이 시작과 마침에 다른 형제들의 발을 씻어주도록 했다.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오신 그리스도의 모범을 스스로 실천하며 주간 봉사의 일을 시작하고 마치도록 함은, 우리의 발을 씻으신 섬김의 그리스도를 모범으로 하여 서로를 섬길 때 가장 큰 힘이 나온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리라.

더불어 "주간 봉사에 들어오는 사람들과 나가는 사람들은, 성당에서 주일 <아침기도>가 끝나면 즉시 모든 이들 앞에 꿇어앉아 자기들을 위해 기도해 주기를 청할 것이다. 주간 당번에서 물러가는 사람은 "나를 도우시고 위로하신 주 하느님, 찬미받으소서"하는 구절을 외울 것이다. 이것을 세 번 외우고 나면 봉사에서 물러가는 사람들은 강복을 받으며, 이어서 들어오는 사람은 "하느님 나를 도와주소서. 주여, 어서 오시어 나를 도와 주소서."라고 외울 것이며, 모든 이들이 이것을 세 번 반복한 다음, 강복을 받고 들어갈 것이다."(RB 35,15-18) 물러가는 봉사자는 기도를 청하고, 도와주신 하느님께 찬미의 기도를 드리고, 강복을 받고, 시작하는 봉사자도 기도를 청하고, 하느님께 도와달라는 간청의 기도를 드리고, 강복을 받는다. 주간 독서자도 마찬가지인데, "한주간 동안 계속해서 독서할 사람은 주일에 들어올 것이다. 들어오는 사람은 하느님께서 거만한 정신을 자기에게서 물리쳐 주시도록 미사와 영성체 후에 모든 이들에게 기도를 청할 것이다. 그가 성당에서 "주여, 내 입술을 열어 주소서. 그러면 내 입이 당신 찬미를 전하리이다"하는 구절을 시작하거든 모든 이들이 세 번 외우고, 그 다음 강복을 받고 독서 당번에 들어갈 것이다."(RB 38,1-4) 즉, 모든 섬김의 봉사자는 기도를 청하고, 기도를 드리고, 강복을 받는다. 기도 없이는 '섬김'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형제들을 섬길 때는 섬김의 그리스도를 모범으로 기도하고, 기도하고, 또 기도해야 할 것이다.

베네딕도 성인은 봉사자들을 위한 배려도 규칙서에 남기는 것을 잊지 않는데, 허약한 이들을 위해서는 보조원을 두거나(RB 35,3), 불평이나 지나친 노고 없이 섬길 수 있도록 식사 시간 전에 약간의 음식을 허락한다(RB 35,12-14; 38,10-11). 이는 단순히 배고픔에 대한 염려가 아니라 형제들에게 더 잘 봉사하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섬김의 그리스도를 묵상하고 내 마음에 새기지 않고서는, 기도 없이는 '섬김'이 불가능함을 묵상한 후에 규칙서를 다시 읽으니 "아무도 주방 업무에서 면제받지 못할 것이니"(RB 35,1)라는 구절이 눈에 들어온다. 주간 독서자는 듣는 이들을 배려해야 하므로 아무나 책을 잡을 수 없지만, 주방의 주간 봉사자의 업무는 모두가 공평하게(물론 병 등의 예외가 있긴 하다) 수행함으로써 공로와 애덕을 닦으라 한다. '공로' '애덕'이라는 단어와 함께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기에 나도 기꺼이 함'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기에 굳이 나는 하지 않아도 됨'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이 둘 사이는 라자로와 부자(루카 16,26)만큼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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