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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코헬렛을 읽으며 본문
“코헬렛은 그 너머를 알지 못한다고 해서 인간이 이 세상을 사는 동안 불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이것이 구약의 신앙인이었던 코헬렛의 겸허함이다.”(안소근 수녀) 이 달엔 이 문장이 유난히 마음에 와 닿았다. 죽음이 갈라놓은 이별을 생각할 때마다 서둘러 내가 믿는 신이 약속한 부활과 하늘나라가 떠올려 보지만 감당할 수 없었던 그 슬픔을 싹 가시게 해 줄 벅찬 기쁨을 상상하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나름 열심히 살았다 싶은데, 왜 강물이 밀려오고 바람이 내 깊은 데까지 들이치는가, 무너질 정도로 내 삶을 흔드는 일들이 생기는가 질문하게 된다. 탓할 만한 잘못이 내게 있었다면 답하기가 쉽지만, 스스로 성실히 걸었다 싶을 땐 쉬이 답이 찾아지지 않아 기도조차 어려워진다. 때가 되어 내리는 비에, 강물이 넘쳐 밀려오는 일에, 스스로 불어오는 바람에 나는 얼마나 이유를 찾으려 했던가. 이해할 수 없는 나고 지는 일들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오고 가는 일들이 내겐 너무 가혹하다 싶었고 더 이상 파악할 수 없는 이치와 아직 오지 않은 결말 덕에 내 삶을 행복으로 온전히 결론 내릴 수가 없었다.
코헬렛을 읽고 묵상하면서도 여전히 흔들리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저 머무는 것과 떠나지 않는 것은 다른 말이라는 것은 조금 알겠다. 가만히 돌아보면, 삶의 순간순간 내가 뒤늦게 눈치 챈 은총이 있었고 나는 지금까지 망가지지도 않고 이 삶을 살고 있다. 내 삶을 되돌아보면 볼수록, 알 수 없는 영역의 삶은 나의 것이 아니라 선하신 하느님의 영역임을, 앞이 비록 선명하진 않다 해도 그 길이 하느님 나라로 나 있는 길임을 알게 된다. 그래서 허무를 말하면서도 희망하는 코헬렛을, 영원으로 이어진 시간의 한 지점을 살고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코헬렛을 다시 읽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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