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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마태 5,1-12ㄴ 모든 성인 대축일 본문

마태오의 우물/마태오 5장

마태 5,1-12ㄴ 모든 성인 대축일

하나 뿐인 마음 2018. 11. 1. 09:44


'행복하여라' 선언하시며 이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누가 이 행복을 받아들이겠는가. 특히 누가 행복하기 위해 가난을, 슬픔을, 주림과 목마름을, 박해를, 모욕을 기꺼이 택하겠는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말이다. 누가 타인의 행복을 빌며 이 길을 가라고 할 수 있겠는가.


얼마 전 전교분과 모임에 갔을 때 한 수녀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곳은 어떠냐'는 질문에 고충을 털어놓았었다. 낡고 좁고 부족한 곳에서, 그중 가장 더 낡고 좁은 방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때 수녀님이 "그래도 내가 힘든 게 낫지?"라고 되물었는데, 그 순간 무언가 산뜻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았다. 내 것이 가장 낡고 좁고 부족하다는 생각 말고, 남이 아니라 내가 낡고 좁고 부족한 것을 택했다는 생각에서 오는 편안함. 이 기억이 오늘 복음으로 이어졌다.


가난, 슬픔, 온유, 의로움에 대한 주림과 목마름, 자비, 깨끗한 마음, 평화, 의로움으로 인한 박해, 모욕 자체를 행복하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어떤 선택 앞에서 옳은 방향을 선택하고 그것을 기꺼이 행했을 때 가난해도, 슬퍼도, 온유해서, 의로움에 주리고 목말라서, 자비로워서, 마음이 깨끗해서, 평화로워서, 의로움으로 인해 박해를 받아도 행복할 수 있겠구나. 


행복하여라, 재물로든 마음으로든 욕심을 부려서 남의 것마저 차지하여 부를 쌓지 않아 가난한 사람들!

행복하여라, 자신만을 사랑하여 혼자만 기쁜 삶보다 주위를 돌아보고 기꺼이 타인의 어려움을 공감하여 슬퍼하는 사람들!

행복하여라, 날카로운 말로 누군가를 공격하여 상처입히지 않는 온유한 사람들!

행복하여라, 불의에 눈감지 않고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들!

행복하여라, 타인에게도 자신에게도 냉혹한 마음을 품지 않고 자비로운 사람들!

행복하여라, 마음을 더럽히는 것들을 뿌리칠 줄 알아서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행복하여라, 반목보다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행복하여라, 의롭지 않은 행동으로 남을 박해하기 보다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


이 길은 예수님이 먼저 걸어가신 길이고, 

나 혼자 사는 길이 아니라 함께 살 수 있는 길이고,

이제는 누구보다도 내가 먼저 앞서가야 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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