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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그들의 땅을 차지하러 들어가는 것은, 너희가 의롭거나 마음이 올곧아서가 아니다. (신명 9,5) #Tolle_Lege 본문
너희가 그들의 땅을 차지하러 들어가는 것은, 너희가 의롭거나 마음이 올곧아서가 아니다. (신명 9,5) #Tolle_Lege
하나 뿐인 마음 2017. 2. 17. 23:06너희가 그들의 땅을 차지하러 들어가는 것은,
너희가 의롭거나 마음이 올곧아서가 아니다. (신명 9,5)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가 크게 다를 바 없는데 나는 오늘부로 둘째 수녀가 되었다. 마음이 더 넉넉해지거나 성덕이 더 깊어져서가 아니라 동생 수녀님이 새 식구로 와 주었기 때문이다. 나의 높아짐(실은 둘째 수녀가 되었다고 해서 더 높아졌다고 말할 순 없지만 굳이 표현을 하자면 그렇다는 것일 뿐이다.)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누군가가 나를 받쳐 주었기 때문인 것이다.
세상엔 자신이 높아지기 위해 타인을 낮추는 방법을 쓰는 사람들이 많다. 남에게 모욕을 줌으로써 자신이 고귀해진다고 착각하는 사람, 남에게 힘을 가해 억누름으로써 자신이 강하다고 과시하는 사람, 남을 불행하게 만들거나 그 불행을 상기시킴으로써 자신이 행복한 줄 알고 권력을 휘두르는 사람, 자기 멋대로 하면서 마치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인 줄 알고 아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엄마가 될 만한 자격을 갖추어서 아기를 갖게 되는 것이 아니라 아기를 낳아 기르면서 고생과 기쁨이 켜켜이 쌓여 비로소 엄마가 되어 간다.
수도자도 그렇다. 처음부터 높은 덕과 깊은 신심을 갖추어서 수도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하기 짝이 없던 내가 하느님 한 분 겨우 의지해서 보잘 것 없는 사랑 하나 가지고 시작한다. 수도 없이 내 영혼의 바닥을 경험하면서 내가 그저 먼지에 지나지 않음을 아프게 인정하고, 기도하지 않으면 내 힘으로는 시작조차 할 수 없음을 깨닫는 인간적 절망을 수도 없이 겪으면서 조금씩 조금씩 수녀가 되어 간다. 욕심을 내려 놓기 위해서는 내 안의 진짜 욕심이 무엇인지부터 깨달아야 하고, 치유되기 위해서는 부끄러운 약점과 치부도 드러내어야 하는 법. 죄도 쌓이고 용서도 쌓이고 실수도 쌓이고 위로도 쌓여서 내 인생이 땅 다져지듯 조금씩 다져져 굳게 가다듬어 진다.
스스로 높이는 자는 결국 낮아질 것이니, 나는 나를 낮춤으로써 하늘까지 오르는 길을 택하리라. 내게 있는 보잘 것 없는 재주보다 나의 약함에 기대리라. 수많은 사람들보다 오직 한 분 주님께 의지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