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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노는 언니 본문

cum 꿈

노는 언니

하나 뿐인 마음 2015. 3. 28. 08:05

 

 

꿈에서 나는 노는, 무서운? 언니였다. 후미진 골목 한 켠에서 어린 동생들을 괴롭히고 있는 나보다 어린 '노는 언니들'에게 다가가 야단을 치고 괴롭힘을 당하던 애들을 보내주고는, '노는 언니들'을 돌려보내며 한마디 했다. "너네 나한테 고마워해야 해. 그래도 내가 너네 안때렸잖아."

 

꿈이 기억난 나는 도대체 내 안에 누가 사는 건가 싶었고, 안때렸으니 고마워하라는 이 기가 막힌 논리는 어디서 나와 이리도 당당히 말하는가 싶어서 내심 당황스러웠는데, 정작 마음에 남아 있는 건 나 자신이라고 생각했던 노는 언니가 아니라 나에게 야단 맞고 억울해하던 중간 '노는 언니'였다. 


제3자가 와서 나를 방해하는 것도 모자라 야단까지 쳐놓고 고마워하라니 싶어 억울해하며 화를 내면서도 드러내놓고 말하진 못해 속으로 부글부글하고 있던 아이.

정작 자기가 하던 잘못된 행동은 뉘우치지도 못하고, 자기는 정작 좋은일 한 것도 없으면서 나이가 많고 힘이 세다는 것을 내세우며 나에게 과하게 힘을 행사한다 싶은 사람에게 모든 분노를 쏟아내고 싶은 아이.


게다가 '노는 언니' 역시 나였다. 결코 정의롭지 못한 방법으로 마치 정의를 실천하는 양 으스대지만, 힘과 나이로 나보다 약한 사람을 밀쳐대며 손색 없는 정의로운 삶을 산다고 착각하며 사는 '노는 언니'. 

 

물론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그저 당하기만 한 그 아이도 실은 나일지도 모르겠다. 살다보니,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어야 하는 일도 수시로 생기니까.


내가 누굴 괴롭히고 누군가 나를 괴롭히고 또 누군가를 그를 괴롭히는, 나에게 속상한 이가 또 다른 속상한 이를 만들고 그 사람이 또 더 속상한 이를 만드는 무한반복 사슬. 커다란 사슬의 하나로 묶여 있으면서도 그들과 별 다를바 없는 나 자신을 깨닫지 못하는 또 다른 나를 만나라는 뜻인가 싶어, 쇄신회를 준비하다가 잠시 멈추었다.

 

책임 운운하는 게 아니다. 좀더 나은 해결을 위한 실마리가 누구에게 있느냐는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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