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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기대라기 보다는 굉장히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연평해전이 있었던 해, 나는 법정 수련기를 코앞에 둔 청원자였는데 그닥 뉴스라는 걸 볼만한 처지도 아니었거니와 온통 시끄러운 월드컵으로 난, 오히려 안으로 더 기어들어가던 때였다. 축구라는 스포츠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의 무지했던 무관심이랄까. 온통 월드컵 뉴스로 온 대한민국이 도배되던 그때 연평해전이 있었다. 어렴풋하게 지나가던 이야기처럼 들었지, 난 그게 뭔지도 몰랐다. 하도 뉴스가 잠깐 비추다가 사라지는 바람에 사실인가 싶기도 했던 기억. 어쨌든 나는 서둘러 세상을 떠나야 하는 사람이었기에 애써 잊었던 건지, 잊혀진 건지... 곧 연평해전이란 단어조차 희미해졌다. 그러다가 이 영화를 보게 된 거다. 소수의견을 보고 난 후라서도..
매드맥스를 보았다. 지금 나의 삶에서 '천국'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죽음 너머의 '천국' 또한 이미 죽음의 땅이 되어버린 그린랜드. 부활은 탈출이나 장소의 이동으로 얻어지는 더 나은 삶이 아니라, 삶의 발견이자 그 진짜 삶으로의 회귀.
사순시기를 준비하면서 함께 반모임을 하는 청년들에게 도움이 되는 영화를 한편 봐야겠다 싶어서 검색하다가 찾아낸 영화. 작년엔가 변호인을 보러 미국 영화관에 갔다가 예고편으로 하는 걸 보긴 봤었는데 그닥 흥행한 영화는 아닌 것 같았지만, 그래도 성경 내용에 익숙하지 않은 애들이 보기에는 무난하고,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처럼 수난만을 집중해서 다루지 않고 사도 요한이 회고하는 형식으로 예수의 생애를 전반적으로 다루었으므로 나름 괜찮은 선택이었다. 이번 영화를 보면서 새삼 다시 느끼게 되는 것은, 그 시대 사람들이 겪었던 예수와의 경험은 함께 있던 이들 그리고 나아가 우리 모두의 경험이라는 사실이다. 베드로가 예수님을 부인한 것이 단지 베드로의 경험만이 아니라는 말이다. 부활 체험도 그들 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떤 것들은 흘려 보내야 하고, 어떤 것들은 굳이 붙들어야 한다. 아래를 향해 굴러 떨어질 때는 어떤 것은 어떻게든 붙들어야 하고 어떤 것은 필사적으로 피해야 한다. 12년 동안 실제로 주인공 꼬맹이가 물론 시나리오에 따라서이긴 하지만 소년이 되고, 좋은 일도 겪고 겪지 말았으면 하는 일도 겪으며 사춘기를 통과해 청년이 된다. 소년을 둘러싼 수많은 사람들, 오고가는 감정들, 처해지는 상황, 허비되는 추억들과 인생 ... 영화를 보면서 수녀님들에 의해 처음엔 일년 반만에 자식들을 찾아온 자유로운 영혼의 친아빠가 '참 여자 마음 몰라주는 남자'였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참 다정다감하고 꼭 필요한 것을 채워주는 좋은 아빠'로 변해가는 걸 보면서 인생 참 재밌다 싶었는데, 사는 게 그렇더라. 그..
호언장담에 비해 실제로 할 수 없는 일도 많지만, 할 수 있지만 하지 않는 일도 많다. 나의 영역이므로 나의 책임인 것. 우리의 소원은 우리를 어디까지 끌고 갈 수 있을까. 거대한 자기기만, 지옥보다 더한 늪에 빠진 후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쉽지 않은 정도가 아니다, 정도를 걷는다는 건. 치뤄내야 하는 것이 상상 이상이다. 거대한 거짓말의 최후는 혼자만의 추락이 아니라 선한 이들의 거대한 무리를 나락으로 밀어낸다. 이익과 선익의 경계.
신의 뜻을 이해하는 혹은 운명에 대한 거친 해석. 세상의 연장, 일말의 희망은 누군가에 대한 염려, 사랑이라는 결론. 성경은 노아를 흠없는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에서 시작한 영화일까? 그들의 심장이 무조건 착해야만 할 이유는 없다.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기꺼이 살인자가 되는 노아. 우리도 결코 다르지 않다. 인간은 이기적이고 나약해서 우리를 저들과 다르다고 생각한 것일 뿐. 개인의 행복 없이 전체의 행복이 가능할까. 가능하다해도 그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하지만 개인의 행복 추구가 먼저일 때 인산의 특성상 다수 혹은 전부의 행복이 가능해질까. 노아는 하느님 대신 자신이 (자신을 포함해서) 세상을 멸망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람은 자신의 눈으로 하느님을, 세상을 보는 법. ..
살면서 나의 바닥을 경험하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그럴 때면 나는 나조차 알지 못했던 내 모습을 만나게 된다. 진짜 이유를 발견했을 때 말이다. 나에겐 털어놓을 수 없는 바닥의 경험이 대부분이지만, 그나마 털어놓을 수 있는 몇 가지 모습 중 하나의 기억이 있다. 수련자 때였던가. 우린 연극을 준비하고 있었고 우리가 제일 윗 그룹이라 대본 담당, 음악 담당, 소품 담당 등 역할을 나누면서 아래 그룹 자매에게 음악을 맡기고 반장이 돕기로 했는데 그 자매가 나를 찾아와 도저히 반장과는 할 수 없다면서 나더러 함께 해달라고 부탁을 했었던 것이다. 회의를 하면서 나는 그 자매가 할 말을 이미 알고 있었으면서도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다. 아니 하지 않았던 것일수도 있겠다. 누군가로부터 선택받았다는 생각에 우쭐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