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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마르코의 우물/마르코 6장 (19)
깊이에의 강요
어디에서나 어떤 집에 들어가거든 그 고장을 떠날 때까지 그 집에 머물러라. 또한 어느 곳이든 너희를 받아들이지 않고 너희 말도 듣지 않으면, 그곳을 떠날 때에 그들에게 보이는 증거로 너희 발밑의 먼지를 털어 버려라.(마르 6,10-11) #dailyreading 모든 성경 말씀을 하나만 떼어내어 내맘대로 해석하지 말아야겠지만 요즘 내게 이 구절은 특히나 더 그러하다. 몸과 마음 모두 편해지고 나도 모르게 머물고 싶을수록 앞 구절만 기억하고 싶고, 지긋지긋한 시간이 이어지면 뒷구절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예수님은 이 구절을 ‘함께’ 말씀하셨다. 쉽게 안주하지 않도록, 너무 쉽게 남탓하지 않도록... 머물고 싶은 곳에 머물지 않듯 떠나고 싶을 때 떠나지 않아야 한다, 나에겐 때이른 것처럼 보..
“저 사람은 목수로서 마리아의 아들이며, 야고보, 요세, 유다, 시몬과 형제간이 아닌가? 그의 누이들도 우리와 함께 여기에 살고 있지 않는가?” 그러면서 그들은 그분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마르 6,3) #dailyreading 많은 이들이 가르침을 듣고 놀랐지만 결과는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이었다. 그들은 예수님이 그 놀라운 깨달음을 어디서 얻었는지 궁금해했지만 '궁금함'에 마음을 열기보다 '알고 있(다고 여기)는 것'으로 자신들의 마음을 닫았다. 이처럼 어떤 이들에게는 알고 있다는 것, 그곳에서 함께 살아온 일마저 못마땅하게 여길 이유가 될 수도 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더 노력해 볼 이유가 될 수도 있고, 반대하고 배척할 이유가 될 수도 있다는 걸 기억하며 오늘을 살아보자. 자칫하면..
"길을 떠날 때에 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빵도 여행 보따리도 전대에 돈도 가져가지 말라고 명령하시고, 신발은 신되 옷도 두 벌은 껴입지 말라고 이르셨다." (8-9절)이렇게 아무 준비도 없이 떠나라니. 준비가 부족한 채로 떠난다기 보다 작정하고 준비를 하지 않도록 하시는 말씀이다. 나의 계획이 철저할수록 그분의 섭리가 끼어들 틈이 없다는 것, 아무리 열심히 준비했다 해도 막상 벌어지는 뜻밖의 일 앞에선 철저한 준비도 무용할 수 있다는 걸 모르는 바 아니나, 그래도 어찌 이렇게. 근데 또 안다는 거다, 준비가 필요없다는 말이 아니라 '더더욱 나에게 의탁해라.'는 뜻임을. "어디에서나 어떤 집에 들어가거든 그 고장을 떠날 때까지 그 집에 머물러라. 또한 어느 곳이든 너희를 받아들이지 않고 너희 말도 듣지 ..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그러고 나서 그들이 탄 배에 오르시니 바람이 멎었다.(마르 6,50-51) 어둔 밤 바다 한가운데에 홀로 있을 때, 맞바람이 불어 노를 젓느라고 있는 힘을 다해야 할 때, 가까이 오시는 예수를 발견할 수 있기를. 내게 오시는 게 아니라 그저 곁을 지나가시려는 중인 걸 알았을 때조차, 비명을 질러서라도 그분을 내 앞에서 불러 세울 수 있기를.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는 말을 기어이 듣고 내 배에 오르시도록, 그렇게 끝까지.
예수님께서는 배에서 내리시어 많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그들이 목자 없는 양들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기 시작하셨다. (마르 6,34) 자기들이 한 일과 가르친 것을 다 보고한 제자들에게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라고 하신 후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일을 하신다. 제자들이 어떻게 쉬었는지, 무엇을 보고 느꼈는지는 복음에 전혀 나오지 않는다. 다만 이 복음의 뒷부분은 모두 예수님께서 채우고 계신다. 체력 고갈이든 감정 초과이든 우린 인간적 한계를 지녔기에 모든 걸 다 '내가 할 수'는 없다. 제자들 역시 오고 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음식을 먹을 겨를조차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해야할 일은 많았다. 나 역시 끊임 없이 밀려오는 파도 앞에서 홀로 조그만 서프 보드..
마을이든 고을이든 촌락이든 예수님께서 들어가기만 하시면, 장터에 병자들을 데려다 놓고 그 옷자락 술에 그들이 손이라도 대게 해 주십사고 청하였다. 과연 그것에 손을 댄 사람마다 구원을 받았다. (마르 6,56) 많은 이들이 낫기 위해 몰려 들었을 것이고, 손을 대게 해달라 청했을 것이고, 손을 댄 사람들은 구원을, 치유가 아니라 구원을! 받았다. 마르코 복음 사가는 단순히 병이 낫게 되었다라고 말하지 않고 구원을 받았다고 강조한다. 병은 인간의 삶에 있어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계절이 바뀌듯 부지런히 병은 찾아오고, 계절에 따라 세상이 변하듯 병고로 인해 인간의 삶도 온통 변해간다. 사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고 위험하다. 그래서 병만이 아니라 병으로 인한 고통과 죽음에서도 건져져야만 다시 삶이 시작된다...
어느 곳이든 너희를 받아들이지 않고 너희 말도 듣지 않으면,그곳을 떠날 때에 그들에게 보이는 증거로 너희 발밑의 먼지를 털어 버려라.(마르 6,11) 마음을 다한 일에서 마음을 온전히 거두기란 얼마나 아픈 일인가.다 이루었다 하고 떠나신 예수님도당신을 배신한 이들을 애써 바꾸진 않으셨다. 나의 선의가 아무리 크다 해도 상대에게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음은 세상 이치이다.진심은 통하기 마련이라지만 한길 사람 속 마음은 모르는 법이니까 말이다.살다 보면 진심이 곡해되기도 하고 상대방이 겪고 있는 시간이 나와 달라진심이 제때 도착하지 못하고 빙빙 둘러서 더디 가기도 한다.때론 확신했던 나의 진심이 실은, 딴 마음이었음을 아프게 깨닫기도 하고. 그래서 발밑의 먼지를 털듯, 깨끗한 포기도 필요하다.준비가..
"저 사람이 어디서 저 모든 것을 얻었을까?저런 지혜를 어디서 받았을까?"그러면서 그들은 그분을 못마땅하게 여겼다.(마르 6,3) 예수는 거울처럼 우리 내면을 드러낸다.예수의 지혜가 당연히 남에게서 받았으리라 여기는 이들은늘 뭔가를 남에게서 얻어내려하고주는 덴 인색하며받지 못하면 불만을 품는다.타인을 대하는 나의 태도와 타인에게 건네는 나의 말 모두고스란히 나를, 나의 인격을 드러낸다. "그들이 믿지 않는 것에 놀라셨다. 예수님께서는 여러 마을을 두루 돌아다니며 가르치셨다." (마르 6,6) 그리고 예수님은그들의 무시와 불신, 냉담함에도 불구하고,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제대로 할 수 없다해도,당신의 일을 계속하신다.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그분은 계속하신다.그래, 계속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