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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마르 6,30-34 나의 일과 예수의 일 본문

마르코의 우물/마르코 6장

마르 6,30-34 나의 일과 예수의 일

하나 뿐인 마음 2018. 7. 24.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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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께서는 배에서 내리시어 많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그들이 목자 없는 양들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기 시작하셨다. (마르 6,34)


자기들이 한 일과 가르친 것을 다 보고한 제자들에게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라고 하신 후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일을 하신다. 제자들이 어떻게 쉬었는지, 무엇을 보고 느꼈는지는 복음에 전혀 나오지 않는다. 다만 이 복음의 뒷부분은 모두 예수님께서 채우고 계신다.


체력 고갈이든 감정 초과이든 우린 인간적 한계를 지녔기에 모든 걸 다 '내가 할 수'는 없다. 제자들 역시 오고 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음식을 먹을 겨를조차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해야할 일은 많았다. 나 역시 끊임 없이 밀려오는 파도 앞에서 홀로 조그만 서프 보드 위에 올라 파도를 향해 흔들리며 서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얼마나 많았나. 최선을 다해야 할테지만 최선으로는 다할 수 없는 삶. 모든 걸 쏟아부어야 할테지만 나 자신 역시 지켜야 하는 삶. 우리는 모두 이런 삶을 살고 있지 않나.


육로로까지 달려 예수와 제자들보다 먼저 다다른 군중을 맞이한 건 다름 아닌 예수였다. 그들에게 가엾은 마음을 품으시고 많은 것을 가르쳐 주기 시작하신 건 제자들이 아니라 예수였다. 제자들의 한계 너머까지 남아 있는 부분은 이제 예수께서 채우신다. 우리가 다하지 못하는 부분은 예수께서 하신다, 목자 없는 양들처럼 정처 없이 떠돌지 않도록 그분이 하신다. 


복음에 제자들의 '쉼'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 것처럼 우리는 우리의 시간과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후에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게 외딴곳(그분 품)에서 쉬어야 한다. 예수께 온전히 맡기고 쉬어야 한다. 그 이후의 모든 것은 우리 몫이 아니라 예수의 몫이다. 예수께서 채우실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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