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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마르 6,7-13 발밑의 먼지를 털듯, 깨끗한 포기도 필요하다. #dailyreading 본문
어느 곳이든 너희를 받아들이지 않고 너희 말도 듣지 않으면,
그곳을 떠날 때에 그들에게 보이는 증거로
너희 발밑의 먼지를 털어 버려라.
(마르 6,11)
마음을 다한 일에서 마음을 온전히 거두기란 얼마나 아픈 일인가.
다 이루었다 하고 떠나신 예수님도
당신을 배신한 이들을 애써 바꾸진 않으셨다.
나의 선의가 아무리 크다 해도 상대에게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음은 세상 이치이다.
진심은 통하기 마련이라지만 한길 사람 속 마음은 모르는 법이니까 말이다.
살다 보면 진심이 곡해되기도 하고
상대방이 겪고 있는 시간이 나와 달라
진심이 제때 도착하지 못하고 빙빙 둘러서 더디 가기도 한다.
때론 확신했던 나의 진심이 실은, 딴 마음이었음을 아프게 깨닫기도 하고.
그래서 발밑의 먼지를 털듯, 깨끗한 포기도 필요하다.
준비가 되지 않은 상대를 위해, 더 나아가면 고집과 강요가 될 수도 있는 나를 위해
발밑의 먼지를 털듯 훌훌 털고
다시 출발해야 하는 때.
나도 발밑의 먼지를 털듯,
사람들에 대한 기대도
세상에 대한 기대도
나 자신에 대한 기대도
조금쯤은 털어내고 싶다.
다행스러운 건,
예수님이 권한까지 주시며 파견하셨는데
너 왜 실패했는냐, 노력이 부족했던 것은 아니냐 하시며 무작정 나 자신만을 반성하도록 나무라지 않으시고
살다보면 받아들이지 않고 듣지도 않는 이들을 만날 것이니
그때에는 물러서도 괜찮다, 떠나도 괜찮다 하시는 것이다.
의탁했다면(소박한 준비), 내 맘대로 선택하지 않았다면(한 번 들어간 집에 머무는 것), 기다렸다면(떠날 때까지...)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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