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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020/03 (22)
깊이에의 강요
엔조 비앙키 지음. 이연학 옮김. 안소근 해설. 분도출판사. 의 후속편. 거룩한 독서의 신학적 원리를 설명하는 다소 가벼운 이론서. 읽기 위해서가 아니라 듣기 위해서,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바치기 위해서, 나는 성경을 읽고 또 읽는다. "사람으로 하여금 ‘신적인 것’에 매료되게 하는 오래된 종교 유행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시절입니다. 여기서는 ‘하느님’뿐 아니라 심지어 ‘예수 그리스도’마저 그 뜻이 공허해진 나머지, 인간의 투사와 욕망으로 가득 찬 말마디가 되어 버립니다 "우리는 가끔 질문을 해 봐야 합니다. 과연 오늘 그리스도인들이 믿고 고백하는 하느님이 살아 계신 하느님, 예수 그리스도께서 계시해 주신 그 하느님이 맞는가? 참으로 사람이 되셔서 우리에게 하느님을 계시해 주고 그분에 대해 이야기..
그분께서는 악인에게나 선인에게나 당신의 해가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이에게나 불의한 이에게나 비를 내려 주신다. 사실 너희가 자기를 사랑하는 이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상을 받겠느냐? 자기를 사랑하는 이들을 사랑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 사랑이 확장될 때 비로소 세상은 달라질지도. '우리'의 범위라고 규정해 놓은 울타리가 '당장'은 일상에서 굳건하다고 해도 적어도 기도만이라도 그 울타리를 넘을 수 있다면 세상은 조금이나마 달라질테고. 그게 우리의 '당장'의 기도 몫이고, 그 기도가 조금씩 울타리를 밖으로, 세상으로 옮길 수 있길 바란다.
정원 만화. 창비. 만화를 보는데, 미숙의 얼굴이 나올 때마다 빤히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았다. 걸리는 돌뿌리를 차버리지 않고, 바람 불면 내 옷을 여미고, 눈부신 날이라고 너무 들뜨지 않은 채 묵묵히 내 길을 가고 있다고 눈으로 말하는 것 같았던... 기어이 절미에게 곁을 내주며 혼자서 해내겠다는 고집을 부리지도 않는 미숙. 그래서 미숙은 나에게 美熟. “친구들은 나를 '미숙아'라고 불렀고, 그건 내 명찰이 됐다. 그 명찰이 떨어질 때까지 걸었다.”
틸리 월든 만화. 박다솜 옮김. 창비.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작가에게 물었나보다. 이 책이 대체 뭐에 관한 내용이냐며 사람들이 자꾸 물어왔고, 작가는 스케이트에 관한 책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은 '답을 전부 알지 못한 채로 책을 만드는 걸 즐거워하는 유형의 창작자'라고 덧붙였다. 나도 책을 읽는 동안 이 작가는 무얼 말하려는 걸까 하는 생각을 몇 번이고 했다. 들려주고 싶은 '무언가'가 있어야지만 이런 얘기를 쓸 수 있지 않을까 해서이다. 하지만 이 책이 작가 자신의 이야기라는 걸 작가의 말을 읽으며 비로소 알았고,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서라기 보다,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서'일지도 모르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답을 전부 알지 못해도 책을 만드는 걸 즐거워하는 이가 '만든' 책처럼, 작가의 ..
저희가 모르고 죄를 지었을지라도 뉘우치며 살고자 하오니, 갑자기 죽음을 맞지 않게 하시고, 회개할 시간을 주소서. - 재의 예식 응송 후렴 - 내 생애 미사가 없는 재의 수요일은 처음. 눈에 보이는 성사를 그리워하며 실재의 예수를 만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것을 마음에 새기며 현존 속에 잠겨야만 하는 기도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신랑을 빼앗긴 날을 살아가는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