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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스피닝 본문
틸리 월든 만화. 박다솜 옮김. 창비.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작가에게 물었나보다. 이 책이 대체 뭐에 관한 내용이냐며 사람들이 자꾸 물어왔고, 작가는 스케이트에 관한 책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은 '답을 전부 알지 못한 채로 책을 만드는 걸 즐거워하는 유형의 창작자'라고 덧붙였다. 나도 책을 읽는 동안 이 작가는 무얼 말하려는 걸까 하는 생각을 몇 번이고 했다. 들려주고 싶은 '무언가'가 있어야지만 이런 얘기를 쓸 수 있지 않을까 해서이다. 하지만 이 책이 작가 자신의 이야기라는 걸 작가의 말을 읽으며 비로소 알았고,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서라기 보다,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서'일지도 모르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답을 전부 알지 못해도 책을 만드는 걸 즐거워하는 이가 '만든' 책처럼, 작가의 삶도 그간 세상의 여러 목소리와 달리 이미 아름답게 '만들어져 있구나'.
무엇보다 작가의 말이 참 좋았다. 그리고 나서 다시 보는 마지막 페이지. "나도 모르게 미소가 떠올랐다"는 작가의 마지막 말. 눈을 지그시 감고 앞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는 작가의 그림.
"스케이트 선수는 실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링크 바깥의 삶이 스케이트 타는 법에 영향을 미친다. 점프에 실패하는 건 절대 내가 점프하는 법을 몰라서가 아니다. 모를 리가 있겠는가. 점프의 성공은 다만 준비가 되었는징 달려 있었다. 내가 점프에 성공할 만큼 스스로를 통제하고 있다는 느끼는지에 달려 있었다. 내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그 질문의 답을 결정했다."
"어려웠던 건, 내 삶의 어떤 부분들이 스케이트를 타는 데 영향을 주었는지 알아 내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