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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마르 9,7 멈추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도록 #dailyreading 본문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마르 9,7)
교리교사를 하던 시절, 부제품을 앞두고 30일 피정을 다녀온 학사님이 피정 소감으로 이 복음을 언급하면서 초막을 짓고 그대로 머물고 싶어했던 베드로의 심정을 한껏 느끼고 왔다고 했었다. 그때부터 나는 그 '머물고 싶어하는 심정(혹은 내려오고 싶지 않은 심정)'이 너무 부럽고 질투마저 일었었다. 하지만 막상 수녀원에 들어와 이 복음을 배우거나 묵상할 때마다 마치 이렇게 말하는 베드로가 '뭘 좀 모르는', 혹은 '방향이 잘못된' 제자처럼 느껴졌다. 마치 현실성 없이 이상만 고집하는 사람처럼, 예수님의 뜻을 알아듣지 못하고 제 하고픈 것만 하는 사람처럼…
그러다 수녀원에서 20년 좀 넘게 살아가며 복음을 묵상하다 보니 이제는 베드로의 바라는 바가 잘못이 아니라 '방향 지음'이 필요한 것이었구나 싶다. 사실 수녀로 살고 싶어진 것에도 이 복음의 지분이 크다. 그 '머물고 싶어하는 심정‘이 바로 ‘주님께 청하는 것이 하나 있어 나 그것을 얻고자 하니 내 한평생 주님의 집에 살며 주님의 아름다움을 우러러보고 그분 궁전을 눈여겨보는 것이라네.’(시편 27,4)하고 노래하는 심정 아니겠는가.
우리는 내가 좋아하는 순간을 붙들고 머물고 싶어한다. 보고 싶은 것을 오래도록 보고, 듣고 싶은 것을 한껏 듣고, 원하는 곳에 원하는 만큼 머물고 싶은 것이 무에 잘못일까. 하느님도 그 순간이 너무 좋아 붙들고 싶어하던 베드로의 마음을 탓하진 않으셨을 것 같다. 다만, 하늘 나라를 품고 지금, 여기를 충실히 살아내는 것이 우리가 신앙인으로 허투루 살지 않는 길이기에 그 방향을 제시해 주신 것이이라. 그분의 사랑하는 아들과 영원히 함께 지내는 길, 바로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그의 말을 듣는 것. 이는 예수와 함께 하는 순간을 붙들되 멈춰서지 않는 길이다.
그의 말을 듣는 것. 이는 예수와 함께 있되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길이다.
산 위에서도 산 아래에서도 예수와 함께,
공생활 중에도 죽음과 부활 후에도 예수와 함께,
들으면 들을수록 지키면 지킬수록 더욱 가까이, 온전히...
그림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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