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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구럼비를 사랑한 별이의 노래 본문
김선우 전석순 이은선 글. 나미나 그림. 단비
이 책을 읽으며 내내 마음이 아팠지만 단연코 가장 슬펐던 문장은 바로
이 대화이다.
"왜......, 왜 구럼비를 폭파한다는 거야?"
"그야 해군기지를 만들려고."
"해군기지는 우리 바다와 마을을 지켜주기 위한 거잖아."
"응, 그렇지."
"구럼비는 우리 마을이잖아."
"......"
강정에 가보기 전 나는 몸이 달았었다.
한번도 본적 없는 바위에 대한 사랑이 난데 없이 끓어올라
애인 떠올리듯 구럼비를 맘에 품었고 그리워했다.
강정을 지키고자 열일 제쳐두고 삶의 자리를 옮긴 사람들이 부러웠고
함께 하지 못함에 죄책감마저 들었다.
구럼비를 기억하는 마음은 내게 더 큰 사랑을 요구했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많은 불의와 억압에 눈감지 말고
사랑하며 기억하라고 재촉했다.
구럼비를 기억하는 마음은
한진 중공업을, 쌍용자동차를, 콜트콜텍을, 재능교육을......
그리스도의 사랑이 나를 다그치듯
한없이 마음이 아파오는 사랑으로 내 눈과 마음을 채워나갔다.
구럼비에 다녀온 지금, 마음은 더해졌으나 표현은 더뎌졌다.
더이상 해줄 게 없는 나의 현실마저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망루 위에서 들었던 형의 말이 떠올랐다.
총으로 지키는 게 평화가 아니라,
아무도 총을 갖지 않는 것이 평화라고 했던 것 같다."
그들이 그렇게 주장하던 '평화'라는 건
강정마을 미해군기지 공사장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중국과의 전쟁 도발을 염려하며 미국이 우리나라 제주도에 군사기지를 짓는다는데,
돈주고도 절대 살수 없는 아름다운 땅을 제멋대로 파헤치고 환경을 파괴하는데,
그 땅의 주민들은 헐값에 삶의 터전을 속수무책으로 빼앗기는데,
수많은 공사비용이 또다시 삼성의 입으로 쏙쏙 빨려들어가는데...
폭력으로 지켜내는 평화라니...
2012.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