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깊이에의 강요

다시 내가 되는 길에서(마중물샘의 회복 일지) 본문

雜食性 人間

다시 내가 되는 길에서(마중물샘의 회복 일지)

하나 뿐인 마음 2022. 9. 26. 22:30

최현희 지음. 위고.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마중물샘께 응원이 될까. 글에 좋아요 한 번 누르고, 화살기도 한 번 올리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는데 그래도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을까. 내 욕심일 뿐이지만 이 책을 읽고 어떤 마음으로 그 험한 길을 걸어갈 수 있었는지, 알아주기만이라도 하고 싶었다. 그리고…

사실 내가 생각하는 마중물은 절대 ‘낭만적’인 단어가 아니다. 도로 뱉어지기 위해 그 좁은 길에 들어서고 이내 뱉어지는, 숭고한 희생을 치르는 존재를 이르는 단어다. 도로 나올 것을 알면서도 그곳으로 들어가야 하는, 갇혀 있는 이들을 해방시키기 위해 기어코 그곳으로 걸어들어갈 줄 아는(들어가야 하는) 존재. 선생님이 자신을 ‘마중물샘’이라고 이름 지은 이유를 나는 모른다. 하지만 내게 마중물샘은 아이들과 동료 교사들과 나처럼 알기 원했던 사람들, 듣기 원했던 사람들 모두를 세상으로 내놓기 위해 곧 자신을 뱉어버릴 그곳으로 용감하게 들어가 준 사람이다. 그 삶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경의를 표한다. 무엇보다 선생님의 건강을 빌며…


p.8
"이 책은 한 개인이 사회적 폭력으로 무너진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애써온 4년의 기록이다."

p.13
"다시 힘을 내기 위해 무던히 애썼던 날들을 기록한 글이, 힘들어도 노력하면 결국 좋아질 수 있다는 메시지로 전해질까 봐 염려스럽다."

p.39 ~ p.40
"교사가 학생들에게 위로를 얻고 교직을 유지할 동력을 얻는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학생들은 교사를 실망시키고 좌절시킬 권리가 있다. 학생을 보며 학교의 억압을 견디는 것은 자식을 위해 무작정 참고 견디는 부모가 자식에게 그러듯 결국에는 학생들에게 모종의 보상을 바라게 된다. 좋은 교사는 좋은 교육을 위한 학교와 국가의 지원과 함께, 가르치는 일의 고단함과 좌절감을 이겨낼 수 있게 서로 독려하고 힘이 되어줄 동료를 필요로 한다. 전자는 교직생활 시작부터 어차피 없었지만, 후자는 분명히 있었는데 잃어버린 느낌이었다. 상실감이 분노로, 분노가 슬픔으로, 슬픔이 체념과 무기력으로 옮겨 갔다."

p.102
"성차별과 편견에서 자유롭게 자란 사람은 우리 중 아무도 없다. 법과 제도의 평등이 편견과 차별 없는 사회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지난다고 저절로 바뀌는 것도 아니다. ‘원래 그렇다’는 것들을 의심하고 낯설게 보고 다시 보고 질문해야 보인다. 그래야 바뀐다. 아주 느리게 하나씩 하나씩."

p.123 ~ p.124
"생각해보면 15년간의 교사 생활에서 정말 어려운 것은 권력을 내려놓는 게 아니라 권력을 정확하게 사용하는 것이었다. 권위주의를 타파하려는 노력은 내가 교실 공동체의 성인이자 교사로서 짊어져야 할 권위의 무게와 책임을 회피하려는 시도로 변질될 때가 많았다. 규율이 없는 교실의 흐름을 기민하게 포착하고 공간을 독식하는 것은 권력을 가진 또래 학생들이었다. 상황을 바로잡고자 단호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권위를 앞세우는 관성 같은 게 여지없이 내 안에서 똬리를 트는 게 느껴졌다. 늘 그 틈바구니에서 시달렸다."

p.123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너무 쉽다. 쉽고 간편하다. 교사가 권력을 내려놓으면 될 것처럼 말하는 것. 어린이를 믿고 맡기면 선한 방향으로 잘 해결될 거라고 말하는 것. 어린이를 존중하는 것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라는 듯이 말하는 것. 아니다. 그것은 모든 문제의 밑바탕이자 출발점일 뿐이다."

p.130
"‘독립된 주체’라는 말이 지우는 어린이의 특성에 대해서 오랫동안 생각해왔다. 발달 단계나 발달 과업, 존재의 특성, 사랑받고 충분히 보호받을 권리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왜 독립이나 주체성과 대척되어야 하는지 점점 헷갈린다."

p.209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한다. 어디서든 분투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곁에 서야 한다."

p.218
"여기 있는 분들은 고통의 현재성, 그러니까 단순한 복통이든, 변비든, 항암 후 후유증이든 당장 그 순간을 집어 삼키는 고통의 속성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아마도 일시적인 수술 후유증일나의 ‘사소한’ 장 기능 이상을 진심으로 걱정한다. 아픈 사람들이 고통을 통과하며 얻는 지혜와 깊이라는 것이 있다면 바로 이런 마음과 태도가 아닐까."

p.220
"암이 완치되었다고 해서 다시 건강을 규범으로 삼아 몸을 잘 관리해서 잘 써먹어야 할 도구로 보는 삶으로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대신 오히려 아픈 사람의 정체성을 껴안을 것이다. 삶을 재조정할 것이다."

p.225
"연약해 부서지더라도 그걸 버티는 과정과 재건의 시간을 거치는 순간들의 나는 약하지 않다."

p.276
"누군가에게 나도 이런 위로를 건네본 적이 있었나. 쉽고 섣부르게 남의 걱정을 판단하지 않고, 걱정하는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함께 걱정하면서도 너무 호들갑스럽지 않고 담담하게 힘이 될 방법을 궁리해본 적이 있었나."

'雜食性 人間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있지만 없는 아이들  (0) 2022.10.27
리아의 나라  (0) 2022.10.27
쇳밥일지  (2) 2022.09.20
노랜드  (0) 2022.09.08
그 여자는 화가 난다  (0) 2022.08.29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