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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食性 人間

있지만 없는 아이들

하나 뿐인 마음 2022. 10. 27. 08:54

은유 지음.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창비.
미등록 이주아동 이야기.

내 말을 보탤 수 없는 글이 있다. 이 글도 그렇다. 자신의 삶으로 우리를 일깨우는 아이들과 이를 알려준 작가님께 감사하다. 하지만 감사하다는 말조차 무색하다.


p.7
"“부모를 골라서 태어날 수 없는 아이들의 평등을 지켜주는 게 공적 지원의 전제가 되어야 한다.” (일본 사회학자 미나시타 기류)"

p.8
"미등록 이주아동은 공부할 권리는 있지만 살아갈 자격은 없는 모순된 현실에서 ‘있지만 없는 아이들’로 자라나는 것이다."

p.9
"사실 한국의 아동 청소년은 ‘지금 여기’를 누리지 못하고 ‘나중에’를 강요받는 사회적 약자다. 연애도, 술도, 놀이도 대학 가면, 어른이 되면 하라는 말을 듣고 크니까. 그런데 그 ‘나중에’조차 빼앗긴 아이들, 약자 뒤에 가려진 이중의 약자가 있는 것이다. 이 조용한 불행과 부조리를 그들을 어떻게 감내하고 있을까."

p.18
"나는 김민혁의 사례를 접하며 동료 시민의 역할과 중요성을 깨달았다. 국어교사가 불의에 눈감지 않고 남의 반 아이의 일도 자기 일로 여기는 인정 많은 사람이라서 얼마나 다행인가. 더군다나 혼자 해결하려 하지 않고 아이들에게 친구의 아픔을 알리고 같이 행동하자고 제안하며 시민의식을 이끌어냈다. 알아야 싸운다며 아이들과 같이 난민에 대한 공부도 병행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살아 있는 교육 현장을 목격하는 기쁨을 느꼈다. 우리는 누구를, 혹은 무엇을 알아서 돕는 게 아니라 함께하는 동안에만 사람을 알고 진실을 배울 수 있다."

p.22
"직장에서 동료의 차별과 괴롭힘을 참고, 참고, 참았다. 그는 한국에서 ‘인내심’ 하나는 제대로 키웠다고 말했지만 그건 인내심이 아니라 강요된 침묵이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목소리 없는 자들이 아니라 목소리를 빼앗긴 사람인 것이다."

p.23
"다른 존재의 운명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것. 이 능력을 잃어버리게 되면 결국 인간은 모든 것을 잃게 될 테니까.
- 박혜영 <느낌의 0도> 중에서"

p.27
"원래 사람의 편견은 대상과 직접 부딪히며 생기는 경우보다는 사회적으로 학습되는 경우가 더 많다. 개인의 사회화 과정에서 언론이나 부모 등을 통해 편견이 학습되고 전승되는 게 일반적이다."

p.28
"‘불법’ 이주노동은 비자 통제를 통해 이주노동자를 관리하고자 하는 국가권력이 만든 범주다. 이들은 ‘미등록 이주노도자’로서가 아닌 일상적 거주민, 노동자, 세입자, 소비자, 신자, 공동체 일원이라는 구체적 정체성을 통해 자신을 표현한다. - 김현미 <우리는 모두 집을 떠난다> 돌베개 -"

p.28
"“무언가를 정확한 이름으로 부르는 행위는 무대책·무관심·망각을 눈감아주고, 완충해주고, 흐리게 하고, 가장하고, 회피하고, 심지어 장려하는 거짓말들을 끊어낸다. 호명만으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호명은 분명 중요한 단계다.“ - 리베카 솔닛 <이것은 이름들의 전쟁이다> 창비 -"

p.28
"우리는 불법체류자 대신 서류 미비 노동자, 혹은 초과체류자라는 뜻의 ‘미등록 이주노동자’라고 불러야 한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한국사회 일원으로 살아왔고 한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

p.30
"우리 사회가 이주노동자를 필요로 했기 때문에 이주노동자도 한국에 살 수 있었다."

p.32
"궁극적으로는 ‘보편적 출생등록제’가 도입되어 미등록 이주아동만이 아니라 이 나라에서 태어난 아이들 모두가 차별받지 않고 생존과 성장에 필요한 사회적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생애기회를 설계하고 삶을 누릴 수 있어야 하는 것은 시혜나 휴머니즘 차원이 아니라 인간의 당연한 권리다. 아니, 논리와 당위를 넘어 이미 존재하는 게 삶이다."

p.34
"세상에는 이름 붙일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어서 범주화되기도 어렵고 서서히 지워지는 존재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 아이들은 또한 자기 삶을 설명할 수 있는 언어를 가진 단단한 존재이자, 세상에 대해 질문을 던질 줄 아는 훈련된 시민이기도 했다. 미래가 깜깜할지라도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완전한 행동”(랠프 월도 에머슨)임을 보여주었다. 나는 미등록 이주아동의 삶에 가닿음으로써 내가 나임을 증명하지 못해서 애를 먹었던 순간을 위로받았고 운명을 마주하는 힘을 배웠다."

p.35 ~ p.36
"우리 사회에는 잘 보고 잘 듣는 어른들에 의해서만 세상에 드러나는 아이들이 존재한다. 보호자가 없어도, 안전한 집이 없어도, 적법한 체류자격이 없어도, 대단한 매력 자본이나 스펙이 없어도 아이들은 충분히 존중받으며 자라고 무사히 어른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국가와 부모를 골라서 태어날 수 없는 아이들의 평등을 지켜주는 사회적 토대를 다지는 일에 이주 아동들의 목소리가 씨앗이 되었으면 좋겠다."

p.35
"이주인권활동가는 선주민 문제보다 이주민 문제가 더 중요해서 나선 게 아니었다. 자기 삶의 자리에서 우연히 타인의 고통을 목격했고, 먼 이웃의 일이라며 눈 돌리지 않았을 뿐이다. 같이 거들고 싸우다보니 ‘없는 아이들’이 되어버린 ‘있는 아이들’이 보이고 아이들의 신음소리도 들리는 사람이 된 것이다."

p.58
"결국 다른 사람들과 동등하게 살 수 있는 것. 내가 나임을 인정받는 것. 제가 원하는 건 그런 최소한의 것들이에요. 저는 한국에서 유령으로 지내온 거나 마찬가지예요. 살아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어요."

p.81
"지금은 아예 기회조차 주지 않고 너희 부모가 불법을 저질렀으니까 너도 범죄자다, 해버리는 거니까요. 미등록 아동들을 죄인이라고 전제하죠. 저는 어제도 오늘도 똑같이 학교에 갔을 뿐이거든요. 그사이에 아빠가 본국으로 떠나니까 다음 날 갑자기 ‘불법체류자’가 된 거예요. 잘못한 게 없고 하루아침에 외부 상황이 변했을 뿐인데 아이가 죄인이 돼요. 저도 ‘난 죄인이구나’ 생각했어요. 주변에서 ‘너는 불법체류자니까 잘못한 거야, 범죄자야’라고 이야기해서 힘들었어요. 내 존재 자체가 불법이다···"

p.82
"왜 한국에서 계속 살고 싶으냐고 묻는 사람이 있어요. 저는 이 질문을 한 사람에게 그대로 되돌려주고 싶어요. 그럼 왜 당신은 한국에 살고 계시나요? 똑같아요. 저는 이곳에서 태어나 자랐어요. 그러니까 여기에 사는 거죠. 만약에 제가 나이지리아에서 태어나 자랐으면 아마도 거기 살지 않았을까요? 꼭 특별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p.90
"특히 아동의 경우, 한국을 제외한 많은 선진국들이 심사를 통해 체류자격을 부여합니다. (2021년 법무부 결정 이전에는) 한국은 심사 기회도 없이 일률적으로 강제퇴거명령을 내린다는 것이 문제고요."

p.96
"‘불법체류’라는 말이 애초에 법을 어긴 사람들이라는 이미지가 있어요. 존재 자체가 불법이니까 또다른 불법도 저지를 수 있다고 생각하죠. 영화를 비롯한 대중매체도 부당한 이미지 형성에 기여하지 않았을까요."

p.96
"가장 어려운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가 국가의 인권을 측정하는 지표다."

p.231
"슬픔은 보시가 된다. 우리는 타인의 슬픔에 빚지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 이 엄연한 사실을 잊지 않고 또 갚기 위해서라면, 시인의 기도(윤동주 ‘팔복’)대로 우리는 영원히 슬퍼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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