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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쇳밥일지 본문

천현우 산문. 문학동네.
내게 누군가의 삶을 논할 자격은 없으니 이 책에 대해 무슨 말을 하겠나. 다만, ‘공장 일꾼이란 정체성으로 현장의 서사를 팔아 나 혼자 비겁하게 출세하는 건 아닐까. 진짜 현장 노동자들은 천현우를 기득권 앞에서 글 재롱 부리는 간신으로 생각하진 않을까.’라고 지금처럼, 스스로에게 물어가며 살아가시길 응원한다. 나도 그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물어가며 내 삶을 살아가겠다는 다짐으로 수줍고 보잘 것 없는 나의 연대와 저항의 약속을 다진다.
p.18 ~ p.19
"선생님의 입은 말하지 않았지만 눈이 떠들고 있었다. 대학 안 가는 건 부끄러운 행동이라고. ‘고졸’이란 딱지는 수갑이며 죄수복이자 족쇄나 다름없다고. 그날 집으로 돌아와 오랜 시간 공설운동장 부근을 배회했다. 대학을 강요하는 세상이 못마땅했다. 어른으로 살아가려면 사람 착하고 몸 건강하며 상식 있는 것만으론 부족한 걸까."
p.120
"“정치를 몰라서 그래. 물론 정치를 몰라도 사는 데 아무 문제 없어. 모르면 대통령이랑 국회의원 욕하면 되거든. 근데 그럼 신문이랑 뉴스 볼 때마다 답답하지. 정치를 모르니 나라가 어찌 돌아가는지 알 수 가 없잖아. 만사 관심 끄고 살 생각 아니면 정치를 알아야 해.”"
p.215 ~ p.216
"비하의 당사자인 내가 화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놓고 말하지만 않을 뿐, 이미 많은 이들이 이러한 행동과 인식에 동조해왔다. 이런 일에 분노만 해선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사태에서 일어난 분노의 본질, 평등을 향한 갈망 아닌가. 우리는 언제든지 경쟁의 절벽에서 떨어질 수 있는 삶을 산다. 누군가를 떨어뜨리는 삶이 아닌, 손잡고 나아가는 세상을 모두가 바랄 때 비로소 세상은 바뀐다."
p.221 ~ p.222
"돌이켜보면 그간 누구에게 공장 노동에 대해 말해본 적 없었다. 동갑내기들 모인 자리에서 공장 얘기는 명절날 잔소리와 비슷했다. 공감받지 못할 뿐더러 은근한 눈총으로 돌아오기 일쑤였다. 십 년을 꾹꾹 눌러왔던 이야기를 장장 두 시간에 걸쳐 떠들었다. 살벌한 노동강도, 최저 임금에서 꿈쩍 않는 시급, 아무짝에 쓸모없는 경력. 한번 당하면 생계와 생명을 위협받는 산재, 공장 일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 귀족 정직원과 천민 하청 직원, 그 사이를 이간질하는 대기업까지. 교수님은 날카롭게 질문하고 조용히 듣다가도, 이따금 혀를 차곤 하셨다. 다 아는 사실도 당사자한테 들으면 그 느낌이 다른 법. 교수님은 조용히 분노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인터뷰를 마치며 한탄하듯 물었다. “그저 세상이 시키는 대로 열심히 일했을 뿐인데, 나이 먹어갈수록 미래가 점차 불안해져만 갑니다. 그간 노력하지 않았기에 이런 삶을 응당 감내해야 하는 겁니까?” 교수님은 손사래를 치셨다. “그럴 리가 있습니까? 나라가 미쳐 돌아가는 거지.”"
p.246
"우리가 공장 바닥 전전하며 보낸 이십대는 그저 통장에 찍힌 얄팍한 숫자 따위가 대표할 수 없다. 사회에서 ‘못 배운 놈년들’로 통칭당하며 냉소와 조소의 대상이 되었던 우리는, 자존감을 찌그러뜨리려는 온갖 압력에 저항한 결고, 삶의 형태에 고하 따윈 없다는 소중한 지혜를 얻었다. 헤어지는 길에 은주와 나는 약속했다. 우리의 삼삽대는 결코 불행으로 끝마치지 말자고. 다시 만났을 땐 집, 차, 돈, 주식 따위 얘기밖에 남지 않은 멋없는 마흔 살이 되지 말자고. 충충한 가로등 빛 아래, 첫 노동을 함께했던 동창의 등이 멀어져갔다."
p.272 ~ p.273
"마음을 다치지 않기 위해선 무엇보다 냉소하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제 삶은 설령 <인간극장>에 나와도 논란이 될 만큼 처절하고 지저분한 불행의 연속이었어요. 그 처지를 비관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냉소에 빠져 허우적대면서 시간을 낭비하지도 않았습니다. 지금 여러분과 마주할 수 있는 이유도 그 덕분이고요. 냉소는 인간의 가장 나쁜 감정입니다. 분노나 증오마저 마음먹기 따라 좋은 방향으로 이끌 수도 있지만 냉소는 그저 사람을 게으르게 만들 뿐이에요. 대상을 이해할 생각도 없고 공감하지도 못하니 무슨 발전이 가능하겠습니까. 냉소란 마음이 비만하고 같아서 떨쳐내는 방법은 단순하지만 실천하기가 어렵습니다. 우리가 다이어트하기 위해선 먹는 걸 줄이고 몸을 계속 움직이잖아요? 냉소하지 않는 방법도 똑같습니다. 남이 떠먹여주는 정보를 곧이곧대로 받아먹지 않아야 합니다. 우리는 정보 과잉을 넘어 폭주하는 시대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심지어 인터넷의 알고리즘은 편향된 정보만 죽 나열해주기 일쑤죠. 이럴 때일수록 자신의 사고로 움직이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 생각이 정답인지 오답인지는 전혀 상관이 없어요. 핵심 목적은 사고의 근육을 기르는 거니까요."
p.284
"근 몇 개월간 “천현우라는 사람은 귀중하다”라고 말한 사람들은 이미 사회에서 성공한 이들, 통장이며 부동산에 박아둔 돈은 제각기 다를지언정 모두가 좋은 직업과 학벌을 가진 이들이었다. 마산에서 얌전히 용접만 하고 살았다면 평생 볼 일 없었을 사람들의 환대와 존중은 기쁘고도 불안했다. 공장 일꾼이란 정체성으로 현장의 서사를 팔아 나 혼자 비겁하게 출세하는 건 아닐까. 진짜 현장 노동자들은 천현우를 기득권 앞에서 글 재롱 부리는 간신으로 생각하진 않을까. 아저씨의 고마운 덕담에 최근 들어 점점 무게를 불려나가던 걱정의 무게가 훌쩍 줄어들었다. 나는 마치 아저씨를 처음 만난 날의 초짜 노가다꾼의 눈을 하고 물었다. “내가 잘할 수 있겠으예?” “하모, 당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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